오늘은 영화 <모뉴먼츠맨 : 세기의 작전(The Monuments Men)>(2013)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조지 클루니가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영화로, 맷 데이먼, 빌 머레이,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히틀러의 나치는 유럽 전역에서 주요 예술품을 약탈했습니다. 예술가가 되지 못했던 히틀러는 자신의 안목에 깊은 믿음이 있었으며, 약탈한 작품들을 총통박물관에 전시하고자 했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작품은 퇴폐미술이라 부르며 없애버리기도 했죠. 예술품 약탈 전문 기구를 설립해 수집한 2만 여점의 작품들은 천 여곳의 장소에 나누어 보관됐는데, 그 중 오스트리아의 알타우세(Altaussee) 소금광산에 숨겨놓은 작품이 6500여 점에 달했습니다. 히틀러는 전쟁에서 패할 경우 작품들을 모두 파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죠.
미국의 역사학자인 프랭크(조지 클루니)는 예술품들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모뉴먼츠 맨’을 구성합니다. 이는 예술작품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특수부대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거예요. 모뉴먼츠맨은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수도원 폭격 사건 이후로 만들어졌습니다. 연합군은 이 수도원을 독일군의 거점이라 생각하고 폭격했지만 그곳에는 독일군은 없었고, 수도원만 파괴된거죠. 이에 주요 문화재와 예술품을 잘 보존해야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영화는 모뉴먼츠맨의 희생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말하고 있는데요. 예술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는 것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감독의 의지를 피력하려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지키려는 사람은 선으로, 반대의 사람은 악으로 규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극이 진행되다 보니 지루하다는 평도 있지만,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두 점을 골라 간략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살펴볼 작품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의 <성모와 아기 예수(Virgin and Child)>(1501~1504)입니다. 이 작품은 벨기에 북쪽에 위치한 브뤼헤(Bruges)의 성모 마리아 성당(Church of Our Lady)에 위치해 있습니다. 13세기에 세워진 고딕양식의 성당입니다. 이 작품은 같은 주제를 다룬 여타 작품들과는 묘사 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보통 아기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처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왔던 것과는 달리 성모는 아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고, 표정도 매우 근엄합니다. 슬픈 표정은 마치 나중에 닥쳐올 자식의 운명을 생각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들을 안고 있지 않고, 스스로 서 있는 아들의 손을 느슨하게 잡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는 어머니에게서 한발짝 떨어진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입체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명암법을 활용했고, 옷의 주름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작품은 제단 조각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드릴 작품은 얀 반 아이크(Jan van Eyck, 1395-1441)이 1432년에 완성한 겐트 제단화입니다. 이 작품은 15세기 플랑드르 회화 중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겐트의 성 바보(St Bavo’s Cathedral) 성당에 걸려 있어요. 1425년 얀의 형인 휘베르트 반 에이크에 의해 시작됐으나, 밑그림을 시작하고 다음해에 사망해, 얀이 대부분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제단화는 구원의 신비를 주제로 그려졌으며, 제단화 겉면부터 안쪽까지 내용이 이어지고 있어요. 펼치기 전에 외부 판넬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에는 제단화의 봉헌자인 요스 베이트와 그의 아내 이사벨 보루트가 기도하는 자세로 고딕식 벽감 속에 있습니다. 중앙에는 가브리엘 대천사가 동정녀 마리아에게 예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고요. 그런데 그 배경이 나자렛이 아닌 플랑드르 건축양식의 15세기 부유한 저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독특합니다. 상단에는 구약의 예언자 즈카르야와 미카가 예언을 알리는 필사본을 들고 있고, 이교도의 무녀인 에리트레아와 쿠마이가 있어요. 이들의 머리 위에는 너울거리는 긴 두루마리를 그려넣어 좁은 공간을 조화롭게 사용하고 있지요.
제단화가 열리면 화면은 천상과 지상으로 나누어 집니다. 상단 중앙에는 오른손을 들어 축복의 자세를 취하는 예수가 정면으로 앉아있고, 그 좌우에는 동정녀 마리아와 세례자 요한이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노래하는 천사들과 악기를 연주하는 천사가, 양 끝에는 아담과 하와가 그려져 있어요. 원근법을 이용해 깊이감이 느껴지는 공간을 연출했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역력한 두 사람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하단부에는 푸른 초원에서 어린양에 대한 경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의 빛이 그 위를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예언자들, 사도들, 사제와 수도자들, 동정녀들이 보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구별 없이, 사회적 지위와 인종 차별없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피를 흘린 어린 양을 경배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모인 모습입니다. 아담과 하와로 시작된 원죄가 어린 양이 흘린 피로 속죄되고, 구원의 신비를 경배하기 위해 천하 만물이 순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탈된 예술품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까워 하지 않았던 모뉴먼츠맨의 희생 정신을 생각하시면서, 영화 <모뉴먼츠맨>을 감상해보시는 것을 어떨까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요즈음이지만, 곧 유럽에 가서 그들이 되찾아 놓은 작품들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날이 또 오겠지요?
Written by 버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