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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Oct 18. 2018

부러워해서 졌던(?) 시간

시간부자 111화


부러우면 지는 걸까?


중학생 때의 일이다. 같은 반에 농구를 전교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잘하는 친구 A가 있었다. 농구대회가 있거나 친구들과 시합을 할 때면 A는 항상 섭외 1순위였다. 게다가 얼굴도 잘생겼고 심지어 공부까지 잘했다. 주변엔 항상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시기와 질투를 종종 받기도 했다.


“농구랑 공부 좀 한다고 저렇게 나대는 거 정말 꼴보기 싫다.”


그러나 교내에 중요한 학술 행사나 체육 대회가 있을 때면 모든 친구들이 항상 A를 먼저 가리키곤 했다. 뭐든 잘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A가 대표로 나갈 때면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인성이 안 좋잖아, 이기적이고...”


나는 A와 친한 편은 아니었기에 인성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나는 그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운동을 잘하고 공부도 잘함으로써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대단해보였다. 그래서 한동안 A를 우러러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나도 A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결국 그 뒤로 나는 미친듯이 농구 연습을 했고, 처음으로 학교 성적을 제대로 올려 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어 자발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때가 내 학창시절의 결정적인 변환점이었다.


출처 : 중앙일보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에 남북 경제 협력을 위해 남한의 기업가 대표 6인이 동참했다는 기사가 났다. 삼성전자 부회장, LG회장, SK회장, 대한상의 회장, 현대자동차 부회장 그리고 쏘카 대표였다.


“응? 쏘카?”


순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쏘카는 2011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물론 2018년 기준 쏘카의 경영 대표자는 1995년에 ‘다음’을 설립한 이력이 있기에 일반적인 새내기 스타트업 CEO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세워진 지 7년차밖에 되지 않는 스타트업 대표가 한국의 핵심적인 대기업 삼성, LG, SK, 현대의 대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임에 분명했다. 그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물론 쏘카는 아직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한 기업의 범주에 속하진 못했다. 고작 7년차가 된 기업에 개선돼야 할 점은 여전히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새내기 대표가 남한을 대표하여 다른 대기업의 대표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불편하게 보였을 수 있다. 아니꼽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한가지를 해보겠다. 그 새내기 대표를 깎아내림으로써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를 향한 당신의 부정적인 감정과 의견이 그에게 전달될 가능성은 없다. 그저 당신만이 소유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기회가 인맥이었든, 정말로 운이 좋았든 아니면 실력이 과대 포장되었든 변함없는 사실은 쏘카라는 스타트업의 대표가 대통령의 눈에 띄어 대기업의 회장들과 동등한 위치로 방북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손해일까? 시기하고 있는 당신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조차 없는 쏘카의 대표일까?




주변의 누군가가 실제 능력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된 것을 알게 됐을 때 당신에겐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부러우면 지는거다'라는 속설의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며, 부러워하는 순간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굳이 그런 껄끄러운 상황을 견디고 싶지 않다면 당신은 다른 감정을 찾게 된다. 바로 시기이다. 시기의 목적은 상대를 깎아 내리기 위함이다. 그래야 당신이 초라해지지 않는다. 부러움과 시기는 언뜻 보기에 비슷해보이지만 어떠한 감정을 갖느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부러움은 상대의 실제 능력이 어떻든간에 결과적으로 많이 얻게 된 그 사실에만 집중한다. 그 사실은 현재 내 상황의 초라함을 느끼게 하지만 지금의 내가 초라하기 때문에 나도 상대처럼 나아지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한다. 그러면 현재의 내 능력 상태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도 상대처럼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은 마음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시기는 상대가 무언가를 얼마나 얻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는 원래 그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면 상대가 무엇을 해냈든 간에 상대의 원래 능력만이 중요하게 된다.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아무나'에 속한다. 즉, 상대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상대가 운으로 된거라면 나역시 운으로 되는 방법밖엔 없다. 상대도 나도 애초에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에만 꽂혀있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나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서 감당해내야 하는 몫이다. 그 누구도 이 감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고스란히 나에게만 영향을 끼친다. 부러움은 상대적으로 나의 초라함을 느끼게 해주고, 시기는 상대도 결국 나처럼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가장 큰 차이점이다.


부러움은 나에게 불편감을 주고 시기는 나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사람은 불편감을 마주할 때 발전을 꾀하고, 안도감을 마주할 때 정체하려 한다는 것을...불편감은 그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게 하고, 안도감은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게 한다. 다시 말해서 부러움은 당신에게 발전의 욕구를 가져다 주고, 시기는 당신에게 정체의 욕구를 가져다 준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상대에게 졌음을 인정할 때야말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발판이 마련된다. 시기는 상대가 나를 이겼다는 사실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나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한 나는 평생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바꿔말하면, 상대를 부러워해야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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