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리치
간호사는 어떤 직업일까...
의사가 진료시 보조해주는 사람?
약 전달해주는 사람?
주사 놔주는 사람?
환자의 불평을 들어주는 사람?
혈압 재주는 사람?
밥 챙겨주는 사람?
종합병원에 입원해 본 경험이 있다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은 의사도 약사도 아닌 간호사라는 것을 알것이다. 치료는 의사의 처방으로 시작이 되지만, 치료의 실행(주사, 경구약 등)은 상당부분이 간호사에 의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고 했는데...
제일 중요한 약의 투약 실행은 간호사에 의해 이뤄진다는 걸 대부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병원안에서 역할이 약간 애매해진다.
주사를 놓다가, 환자의 밥을 챙겨주다가, 길 안내를 해주다가, 환자의 침대를 치우다가, 주차권 안내를 해주다가, 침대를 나르다가, 약을 챙겨주다가, 대소변을 치우다가...
자칫 방심할 때 환자에게 화받이나 희롱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돈 받고 직업으로 하는 일인데 그게 뭐 대수라고...싸가지 없으니까 그런거지. 한국 사람은 큰 소리를 쳐줘야 알아듣는 다니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적이 한 번 정도는 누구나 있을 법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잘 봐주기 바란다.
흔히들 알고 있지만 간호사는 3교대를 한다. 매일 8시간씩 근무하는 게 뭐가 힘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리듬이 깨지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신이 이틀동안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잠을 잤다고 치자 . 셋째날 밤은 직장에서 일이 없으니 쉬란다. 밤에 자야 되는데 이틀동안 밤에 일한 탓인지 잠이 오질 않는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바로 다음날 새벽에 출근을 하란다. 이게 평생 지속된다면 어떨까...
"밤 근무를 하면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미래의 수명을 당겨서 쓰는 느낌? 느낌을 이야기하면 딱 그래요."
어느 간호사의 말이다.
리듬이 깨지는 것은 힘든 것을 떠나서 멘탈을 흔들어버린다.
2010년 유엔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는 3교대를 자동차 배기가스, 고엽제의 다이옥신보다 한단계 더 높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글에서 일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일의 시간도 문제가 된다. 보건의료 산업 노동조합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평균 근무시간이
주간 근무 9.8시간
초번 근무 9.2시간
밤번 근무 10.9 시간
시간외 초과 근무 116.6분
식사포함 휴식시간 29.7분(월 평균 결식 횟수 약 6회)
...이러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3교대는 8시간씩 근무가 아닌 것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속에서 간호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져간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4.6명으로 OECD 국가 평균 (9.1명) 의 절반밖에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2030년이 되면 간호사수는 약 16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 된다.
간호사가 당신의 밥을 잘 안챙겨줬다고, 길안내를 잘 안해줬다고, 무뚝뚝하게 말했다고, 주차권을 안받아줬다고 해서 당신은 화를 내게 됐고, 때마침 간호사가 그 화받이를 잘 안해줬다고 해도 그 병원에서 잘릴 일은 절대 없다. 간호사는 고급인력이고 희소인력이다. 잘린다 하더라도 바로 취직이 되는 그런 전문직이다.
하지만 대부분 화받이를 해준다.
그들은 이렇게 안좋은 환경속에서 그냥 참는다. 희생, 봉사의 상징 간호사이기 때문에...
당신은 결국 노인이 되고 언젠가는 아프다.
간호사는 어디선가 그런 당신을 돕고 있을 것이다.
그저 공감이라도 해주자.
그들도 아픈 시간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료출처 : 간호사 근무시간의 현황, 관련 과제 및 개선 방안 ; 황성우, 배성희 ;Health & Nursing 29(2)
일반병동 교대근무간호사의 밤번근무 현황 및 간호정책 이규 ; 최봄내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