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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Nov 25. 2018

좋아보이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시간

시간부자 125화

심근경색은 심장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질환이다. 이 병은 골든타임내에 치료가 진행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그래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부터 치료가 끝나기까지의 순간들이 상당히 다이나믹하다. 과정 하나 하나가 제대로 진행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생사가 오가기 때문이다.


순환기 내과 의사는 이 병을 치료하는 의사다. 응급상황이 수시로 터지기 때문에 개인시간이 많이 부족하고 언제나 신경을 곤두 세워야하는 직업이다. 긴급한 상황들을 겪는 경우가 많기에 힘든 와중에도 침착함과 동시에 초 집중력이 요구된다. 대신 치료를 제대로 마쳤을 경우 사람을 살렸다는 것이 주는 보람, 그 가치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환자와 보호자에겐 생명의 은인이 되고, 병원안에서는 동료나 직원들에게 사람을 살리는 의사로서 위신이 서게 된다. 그렇게 하나씩 업적이 쌓이게 되면 그 후광은 많은 후배 의사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순환기 내과 의사에게 매료된 후배 의사들은 나 또한 선배처럼 멋진 의사가 되겠다는 포부하에 순환기 내과를 지원한다. 진짜 실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 말이다. 그리고 현실을 마주하고나면 일부는 중도에 하차하거나 수련을 마친 후에 진로를 변경하기도 한다.


어느날 한 선배의 얘기를 듣게 됐다.


"15년동안 순환기 내과 의사로 살면서 의미도 있었고 보람도 참 많았지. 그런데 정작 다른 사람을 살리는 데 모든 시간을 쏟다보니 정작 나와 내 가족에게는 시간을 쓰지 못했더라구, 그래서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 중이야."


인생의 의미를 직업에서 찾는다면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지속해서 매진하면 될 것이다. 반대로 가족과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정답은 자신의 가치관대로 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어떠한 가치관에 진짜 의미를 두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데에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 병원 일에 집중해야 하기에 가족과의 시간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내가 무언가를 정말로 원한다는 것은 그것외의 다른 것들에는 소홀해질 각오가 돼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그것이 내 삶에 커다란 행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을 주고 있지 않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좋아보이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천지 차이로 다른 이야기이다.



취직한 지 1년 정도 지난 20대의 한 청년과 얘기를 나눴다. 꿈에 대해 물었더니 자신이 취직한 회사에서 사장이 되는 것이라 했다. 사장이 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 만들 수도 있잖아요. 사람들 관리도 해보고 싶어요. 명예도 있고..."


전문 경영인과 오너 경영인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아 사실 관계를 다시 짚어주었다.


"사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투자자들로부터 매출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사장이 좋은가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요."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사장이 되었다고 해보죠. 그런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어떤가요?"


"......"


"회사를 크게 성공시킨 창업주가 전문 경영인을 CEO자리에 앉힌다면 사장보다는 창업주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지 않나요?"


"......"


"내 친구 중 한 명은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 정도의 충성만을 해요. 남는 시간에 재테크 공부에 매진해서 주기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죠. 왜 그렇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 수익이 월급을 넘어서는 순간이 오면 직장을 그만둘 예정이라더군요. 그래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래요."


"......"


그는 계속해서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후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떠한 가치관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가치관에 맡겨야 할 사항이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 행복을 느낄 줄 알았지만, 사실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에 더 큰 행복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좋아보이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한다. 좋아보이는 것을 자신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좋아보이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한다. 결국 많은 시간을 좋아보이는 것에 소모하고만다. 내 선배의 15년의 세월처럼 말이다. 물론 그런 긴 세월의 시간이 있었기에 후에 진짜 좋아하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원하고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그 전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갖았다면 적어도 그 시간을 조금은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은 좋아보이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말해준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해야 한다. 내가 진심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원하고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을 하고, 누군가는 그저 좋아보이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을 한다.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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