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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리치 Jul 17. 2018

56화 - 지옥과 전쟁터에서 보내는 시간

타임리치


한 때 이 대사가 그렇게 맘속을 울렸다.


지옥인 바깥 세상을 생각하니 지금의 내 자리가 얼마나 감사하고 만족해야하는 자리인지를 느꼈다. 직장에 대해 불편감을 느끼고 불평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사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그 대사는 항상 마음속 깊숙이 큰 위로를 전달해 주었다.




"사실 나도 많이 힘들고 어려웠어."

라고 말하는 동료의 말처럼 공감을 주는 것도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해주는 동료가 있기에 직장은 다닐 맛이 난다.


"그래도 너가 그나마 나은 거야. 다른 사람들은 아마 죽을 정도로 힘들었을 거야."

라고 위로를 받으면 주어진 위치에 감사하게 된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보며 힘을 받기도 한다.


이런 공감과 위로는 분명 삶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주긴 하지만 수동적인 삶의 태도를 더욱 고착화 시키기도 한다.


전쟁터인 직장에서 수많은 환경적인 문제들이 속출하지만 그냥 참고 받아들인다. 지옥을 바라보면 그저 참는 것이 더 나을 거란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위안이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단지 조금더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때로는 개인적인 특별한 내면의 문제에도 어김없이 동료의 위안은 힘을 발휘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닌것 같아."

"세상에 자기가 원하는 일만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그냥 다들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그렇긴 하지."


그렇게 사람들은 모두가 원하진 않지만 모두가 싸워야 하는 전쟁터에서 꿈과 희망을 묻은 채 날아오는 총알을 맞으며 서로를 보듬어 주고 있다.


그래도 지옥보다는 나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해보자.


정말 전쟁터가 지옥보다 나을까?


-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중 -


전쟁터가 지옥보다 덜 힘든 곳일까?


지옥이 더 힘들다는 것은 누구의 이야기일까?

젊었을 때부터 십수년간 지옥에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전쟁터에서 오랜 세월 적응할 대로 적응했다가 이제 막 지옥으로 간 사람의 이야기일까?


지옥에 오랫동안 있다가 전쟁터로 가면 훨씬 더 행복해할까?


지옥이 더 위험할 수 있지만 전쟁터도 안전하진 않다. 위험 여부를 떠나서 어느 곳이 더 힘든지는 온전히 개인의 느낌이다. 개인보다는 부대의 승리를 위해 싸워주면서 부대의 보호를 받는 것이 덜 힘들 수도 있고,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지만 나 자신만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것이 덜 힘들게 느낄 수도 있다.


어디가 더 나은지에 대한 판단은 개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결국 우리 모두 지옥에 가야한다. 군인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순간 부대에서 방출된다. 그런데 의학의 발달로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왔다. 정년으로 끝까지 남아있다가 퇴직한다 하더라도 평생 전쟁터에서 살아온 만큼 지옥에서 더 살아야 한다.


전쟁터의 모든 폐해를 참고 감수하는게 훨씬 나을 만큼 지옥에 희망이 없다면 무조건 참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 부대를 소유한 사람은 바로 지옥에 있다는 것이다.


지옥에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전쟁터에서 그를 볼 기회는 흔치 않다. 그래서 존재를 인식은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존재처럼 여긴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옥은 정말 위험해서 특별한 존재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특별하지 않다는 말인가...


미생의 그 대사로 전쟁터인 직장에 대한 큰 위로를 받았지만 나중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위로를 선사했던 이 만화의 작가는 전쟁터가 아닌 지옥에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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