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2). 오늘은 맥주를 팔지 않습니다.

[치앙마이 혼자 여행] 얼떨결에 만난 왓 프라싱과 불교 사순절

by 졔졔니모


도이인타논 투어를 마치고 오늘치 체력은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밥 먹고 조금 쉬었더니 그새 회복돼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느지막이 숙소에서 나와 발길 닿는 대로 올드타운을 걷다 보니 어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여긴 어디지?


왓 프라싱
2 Samlarn Rd, Phra Sing, Mueang Chiang Mai District, Chiang Mai 50280 태국
우연히 만난 프라싱사원

초입에서부터 노점이 즐비하고,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금색으로 빛나는 사원에 눈길을 사로잡힌 채 안으로 들어갔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갑자기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앞쪽에서 한 무리의 강황 색의 승복을 입은 승려분들이 불경을 외며 어디론가 걸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나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대열에 합류했다.


승려들을 따라 걷는 현지인들을 따라 걸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꽃 같은걸 들고 합장을 한 채 걷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향이다. 아하. 불교와 관련된 무언가구나. 조금 더 이들과 함께 걸어보고 싶었던 나는 눈치를 살피다 맨손으로 합장을 한 채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가장 큰 사원 건물의 주위를 돌고 있었고, 옆 건물에선 어떤 승려분이 대포를 들고 그런 사람들을 찍고 있었다. (무려 나도 찍혀버렸다..)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도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고, 그런 그들 사이에 아무런 종교적인 이해도 없이 껴있는 게 조금 부담스러워져 대열을 조용히 이탈했다.


사원 밖의 야시장. 하나같이 저렴하고 맛있다.

사원 밖으로 나와 야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다양한 메뉴 중 소시지로 추정되는 것과, 꼬치, 오징어, 그리고 코코넛 주스를 샀다. 다 해도 5천 원이 안 되는 태국 물가 사랑해. 그런데 이건 누가 봐도 안주잖아. 숙소 들어가는 길에 맥주 한 캔 사서 같이 먹어야지 싶어 근처의 세븐일레븐에 들어갔다. 그런데..


We are apologiz for your inconvenience

맥주 냉장고가 커튼으로 가려져있다. 자물쇠까지 잠겨있어 도저히 열 수가 없다. 당황해서 앞에 붙은 안내문을 그제야 읽어보니 "Important Buddhist Religious Day" 라서 술을 팔지 않는단다. 맙소사 말도 안 돼.


손에 안주를 가득 든 채 맥주를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구를 만난 기분은? 무계획 여행의 치명적인 오류다. 이런 공휴일이 있는 줄도, 그리고 내가 여행을 계획한 주간이 바로 그 공휴일이 있는 주간이라는 것도 이 안내문을 만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숙소에 돌아와 리셉션 스탭에게 물었다.

"왜 오늘은 맥주를 팔지 않는 거야?"

"오... 오늘 불교 관련 공휴일이라 그래. 내일까지 술 못 팔게 되어있어"


.... 심지어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 까지라니.

알고 보니 7/14일은 불교 사순절로, 불교 사순절은 석가모니 최초 설법 기념일이라고 한다. 그에 따라 13,14일은 주류 판매금지의 날이라고. 그래. 태국에선 불교가 국교에 가깝지..


"그럴 리 없어.... 난 전혀 몰랐어! ㅠㅠ"

"...ㅋㅋㅋ 혹시 맥주 필요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내가 몇 캔 꺼내 줄게"

"OMG. 완전 땡큐지. 넌 천사야!!"


치앙마이에서의 세 번째 밤, 우여곡절 끝에 맥주 한 캔과 함께 마무리.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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