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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G 정재연 Apr 22. 2022

투자단상(斷想)_2022. 4. 22.

ETF에서 기생충을 골라내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했다. 2019년도 주가로 회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콕 생활이 늘어나며 누려왔던 프리미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가입자 감소에 따른 영향이다. 급락 직전의 주가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성장성을 앞으로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포되어 있었다.


필자는 누차 넷플릭스가 FAANG기업에 속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FAANG이라는 하나의 포장지에 둘러쌓여 뭔가 달라보였을 뿐이다. 1%가 만든 단어를 활용한 기교에 99%의 대중이 농락된 것이다. 2000년대 초 유행했던 단어 BRICS와 마찬가지다.


핵심은 달라진 게 없다. 플랫폼이라고 해서 모두가 강력한 해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해자는 유저의 수와 그들을 잇는 네트워크효과에서 나온다. 전자는 넷플릭스가 잘 이뤄냈다. 그러나 후자는 비즈니스모델 태생적으로 쉽지 않다. '내가 넷플릭스를 보면 너도 봐야 하는' 그런 구조는 만들어질 수 없다. 넷플릭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체 컨텐츠 제작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그러나 디즈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컨텐츠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주가 하락은 넷플릭스를 제외한 FAANG기업들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서 얘기했듯 넷플릭스는 원래부터 해자가 없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주 강력한 해자를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은 넷플릭스와 다르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대중들에게 FAANG이라는 단어가 각인되어 있고 이 중 한 기업의 위기를 전체 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ETF다. 넷플릭스는 FAANG이라는 단어에 엮여 수많은 ETF에 속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별주에 투자했으면 넷플릭스만 팔아도 되는 것을 ETF에 투자했으면 넷플릭스만 팔고 싶어도 다른 기업들까지 전부 팔아야 한다.


이게 ETF상품의 문제다.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니 무엇을 투자해야 할지 모르는 대중들에게는 ETF가 동아줄처럼 느껴질 법 하다. 그러나 그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만약에 ETF 안에 소위 기생충이 속해있다면, 결국 어느 순간엔 그 ETF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TF상품은 대중들에게 쉽게 판단하고 쉽게 결정하게끔 만든다. 개별기업을 파악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FAANG이라고 묶어버리면 오히려 선택이 쉬워진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한 기업이 아니라 다섯 개 기업을 공부하려면 5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오히려 선택이 더 쉬워지다니 무슨 말인가. 그게 ETF의 마법이다. 고객을 손쉽게 유치하려는 자산운용사와 무엇을 투자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대중들의 니즈가 서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기에 만들어진 걸작이다. 대중은 하나의 기업을 추천하면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여러 개를 묶어버리니 '이건 너무 쉬운 선택이잖아?'라면서 덜컥 독이 든 성배를 마셔버린다. 파티가 끝나면 기생충이 그 모습을 드러낼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할 줄 모른다.


ETF 상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기생충을 골라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투자하려는 ETF에 다섯 개 기업이 속해있다면 그 기업들을 모두 공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결정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수수료 조금 아끼려는 것보다 노력에 의해 기생충 하나 걸러내고 4개 기업만 속한 본인의 ETF를 만드는 것, 즉 본인이 직접 4개 기업에 분산투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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