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가 내 책상에 와 있었다. 발신인을 보니 그였다. 서둘러 기쁜 마음으로 뜯어보았더니 신작 가곡집이었다. 짧은 엽서와 함께.
“수많은 날들 지나 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때 지금은 없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더니, 가곡집에서 가장 좋았던 곡을 연습했다 한다. 그러더니 바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수인 작사 작곡 ‘내 마음 강물’ 을.
내 기억이 맞다면...
이렇게 서로의 마음에 끝없이 흐를 수 있다면 좋겠어’ 라고 그가 말했다.
흔히 사랑에 빠진다고 할 때의 순간들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도 없이 허락도 없이 갑자기 맨 홀에 빠진 것처럼 그렇게. ( 이 부분은 어떤 소설에서 본듯하다. 멋져 보여서 그만)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 주셔요
나도 무언가 답례를 해야 겠다 는 생각에 가곡집에서 한 곡을 골라서 연습하겠다 약속했었다.
그 후로 피아노 치는 친구 정화에게 부탁해서 김 효근의 ‘눈’을 열심히 연습했었다. 그와 만나면 불러 주고 싶었다. 그 때 알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뭔가를 서로에게 주고 싶다는 마음이구나.'라고
그 해 가을을 거의 가곡집을 들여다보면서 지냈다. 그 가을의 습관이 몸에 베인 탓일까?
그 후 누군가를 만나면 가곡을 부를 수 있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서로의 마음이 끝없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램은 이루어 지지 못했다. 사랑이 끝난 후 강물도 멈춰 버렸다. 그런데도 노래는 유명해져 간간히 클래식 음악 방송에서 흘러나와 가끔 나를 힘들게 하곤 했다.
- 이글은 어느 날 문득 글을 쓰자는 마음으로 시립도서관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원서를 내고 썼던 나의 첫 사랑에 대한 기념글이다. 그러니깐 아주 오래 전 기억들을 기념하고픈 날이다...왜냐고요? 가을이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