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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20. 2019

10 :: 여유로운 모닝타임

다시만난 그곳

쇼디치, 오존커피


 언제 내 배에 다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시리얼을 흡입하고 나니 선민이 만나기 전까지 시간에 공백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시간이 남았다 해서 당황스러울 건 전혀 없었다. 나에겐 남아있는 선택지들이 너무나 다양했기에.



여행 떠나오기 전부터 브릭레인과 쇼디치 쪽에 위치한 다양한 카페를 알아두었었는데 그 중, 한 곳에 유독 방문해 보고 싶었다. 각종 여행책자에서 이곳에 대해 소개하기를, 커피에 관심이 있다 하는 사람들은 런던 여행 중 무조건 들러 이곳에서 직접 로스팅 한 커피 원두 맛을 봐야 한다고 역설했던 카페다. ‘오존 커피’라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꽤 붐비는 시간대에 간다면 웨이팅이 꽤 길다고 했는데 나는 다행히 너무나도 이른 시각에 방문한 덕에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식사 메뉴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보니 테이블 여기저기선 모닝커피와 함께 간단한 아침식사를 즐기러 온 현지인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페라 하면 커피나 디저트류만 간단히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브런치 카페라는 이름을 내 걸어야 식사메뉴를 판매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 유럽이나 여타 국가들에서는 ‘카페’라 하면 으레 커피와 함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이는 아무래도 카페를 대하는 각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곳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으며 주말 아침에 새로운 정보로 산뜻하게 시작하는 노신사,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겻들인 샐러드와 바리스타의 손길이 진하게 묻은 라테를 마시면서 앞의 상대와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 또래의 여성,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젊은 부부들 그리고 그 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보고자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하지혜가 있었다. 카페 내의 장면에 시선을 휘 둘러보다 문득 4년 전, 런던에서 봤던 나의 모습, 느꼈던 나의 감성, 몸 담았던 내 주변의 분위기와는 또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 어쩌면 내가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고 있던 감성이란 것이 이렇게 넓어지는 여유로움이 아닐까.



 내가 주문한 커피는 플랫 화이트였다. 사실 이 메뉴와 기존에 내가 아는 카푸치노와의 큰 차이를 모르겠다. 카푸치노는 우유 스팀 거품이 부풀어 있는 모양인 반면에 플랫 화이트의 경우는 평평한 우유스팀이라 하여 플랫 화이트라 부른다고 하는데 커피 거품 양의 차이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고, 맛에도 그리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고.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각각 이 커피의 기원을 주장하고 있다는데, 하지만 나는 일단 지금, 런던 시내 쇼디치에서 맛 보게 되었다. 

 


뉴질랜드 아니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런던에서 무조건 가야 한다는 카페에서 마셔본 플랫 화이트의 맛은 사실 기대 이하였다. 전날 도넛 카페에서 알바 생이 만들어 준 라테가 훠얼씬 맛있었다. 플랫 화이트라 그래서 거품이 입에서 녹듯 부드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거품이 그리 부드럽지도 않았고 커피 원두의 풍미가 대단히 깊은 맛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특유의 긍정모드가 십분 발휘되는 나의 프레임을 덧 씌워 보자면 이 곳에서 보낸 시간은 이렇게 해석 될 수 있겠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카페에서 마셔본 커피이기에 의미가 있었고, 런던에서 맞이하는 내 처음이자 마지막 주말 아침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에서 따뜻한 온도를 올릴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고.      



그럼, 나는 나 홀로의 여유를 이곳에 묻어두고,

이제는 내 이번여행의 좋은 동행자,선민이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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