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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E Jun 20. 2019

09 :: 시리얼로 채우다

다시만난 그곳

브릭레인의 핫플, 시리얼킬러 카페


 첫 장기 비행 후 처음 겪은 시차적응은 아, 이게 시차적응인가? 도 인지하지 못한 채 어물쩍 넘어갔다. 그러다 나의 시차적응은 이거구나라고 이해하게 된 건 2017년 동생과 함께 했던 그, 겨울 동유럽에서였다. 꽤 이른 저녁 쏟아지듯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한 채 쓰러지듯 푹 자고 아무도 깨지 않은 컴컴한 새벽, 눈도 정신도 말똥하게 되 살려 돌아다니는 것이다. 



어쩌면 노년기 바이오리듬이 나의 시차적응이라 해야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의 시차적응이 이런 것이라 꽤 감사하다. 여행지에서 꽤나 부지런한 아침 새가 되어 여행지가 전하는 한가로운 모닝 타임을 즐길 수 있으니. 



성실한 관광자의 탈을 쓴 나의 시차적응 리듬은 이번 여행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겨울의 달은 지난히 밝고 길고, 겨울의 햇살은 유난히 그 모습을 길게 볼 수 없는 유럽. 이날 역시 새벽5시에 눈이 떠졌다. 아직 해가 뜨려면 세 시간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내 영혼의 빛은 그 어떤 곳보다 환하게 떠오른 지 꽤 되었다. 새벽 다섯시는 너무 일러... 하면서 호텔 이불을 뒤척이며 조금 더 눈을 붙이려 하면 정신이 깨이고 눈을 더 지그시 감으면 감을수록 마음은 자꾸만 바깥을 외쳐대었다. 결국 다시 잠 들기를 포기한 채 책을 읽고 밀린 글을 쓰다 보니 새벽 여섯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 되어 그때부터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런던에서 가지는 모닝타임을 살뜰히 채우고자.  


 오늘은 선민이가 오는 날이다. 아침 비행기로 도착할 선민이를 만나기 전 까지 나만의 아침 시간을 가지는 동안 할 일은 아침 식사와 모닝커피 해결이었다. 두 가지를 한 곳에서 동시에 해결하기 보다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채로운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다. 오늘 역시 거무죽죽한 구름떼가 런던의 하늘을 뒤 덮고 있었지만,코끝을 스치고 가는 꽤 신선한 런던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다시, 브릭레인으로 향했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후, 유럽여행을 꿈꾸던 자들 사이에서 한때 크게 이슈가 되었던 브릭레인의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시리얼카페였다. 다양한 종류의 시리얼을 한 카페에서 취향대로 맛 볼 수 있다는 곳. 



우리 같이 단 것 좋아하고, 아침에 밥 대신 시리얼을 선호하는 세대들에게는 런던 여행 중 들러 한끼 대용으로 든든하게 해결 할 수 있는 이색적인 카페였다. 해서, 언젠가 런던가면 꼭 가야지 했었던 곳이었는데, 그 언젠가를 이제야 체크하게 된 것이다. 


 


시리얼킬러 카페는 브릭레인에 위치한 그 어떤 카페들보다 굉장히 빈티지하고 개성이 뚜렷한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있었다. 침대가 소파가 되고 비디오가 테이블이 되는 발상의 전환이 뚜렷하게 보이는 가구들 역시 고객들에게 이 가게만의 컨셉과 매력을 확실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브릭레인이 우리나라로 치면 홍대 주변의 상권과 비슷하다는 그 말에 걸맞게 정말 상수나 합정 주변에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곧 우리나라에도 이런 가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곳에서 나의 아침으로 선택한 메뉴는 초코칩 쿠키가 종류별로 들어간 시리얼이었는데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입안으로 가득 들어찬 초코 쿠키와 꾸덕한 초콜릿이 한데 뒤섞여 입 안에서 달달함의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 맛이었다. 



한국 돌아와서 그 엇비슷한 맛을 만들어 보려 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쿠키 종류도 없을 뿐 아니라 여행지에서 먹었던 걸 한국에서 먹으면 이상하게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먹는 건 기본의 맛에 분위기, 여행 당시 내가 느끼고 있던 감정이라는 양념까지 들어가기에 더 풍미가 올라가는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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