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그곳
한국에서 나들이를 가거나 소위 인스타 감성이라 불리며 요즘 핫 하다는 카페에서 감성 샷을 남길 때, 프레임 한 장에 나의 모습을 담아주는 가장 좋은 상대는 당연, 함께 동행 한 친구나 연인이다. 언제부터인지 어딜 가면 머리나 마음으로 기록하기보다 사진으로 기록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주변인들. 오죽하면 인증샷 제대로 남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나 SNS 콘텐츠들이 있을까. 어떨 때 보면 사진 남겨서 SNS 올리려고 약속잡고, 사진 남겨서 SNS에 자랑하려고 여행 다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위말해 인증샷이 과하게 남용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놀러 다니며 추억이랄 것을 남기는데 사실 이 사진만한 것이 없긴 하다는 게 또 내생각이다. 그리고 나와 선민이에게 서로의 최고 찍사는 한국에서건, 우리가 밟고 있는 지금 이 땅 런던에서건 같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서로’다.
명백히 밝히는데 사실 나는, 인물사진엔 정말 젬병이다. 풍경사진이나 물체를 두고 찍는 사진이라 하면 어느 정도 괜찮다 싶게 찍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인물사진은 어디다 피사체를 두고 찍는 것이 최선인지 내게는 늘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여타 동행자와 함께 여행 할 때 상대에게 늘 죄를 짓는 기분이다. 특히 친 여동생과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는 늘 사진을 두고 옥신각신하게 된다. 내가 본인을 찍어 준 사진을 두고 날선 비수 팍팍 꽂는 독설을 날리는 동생 탓에 오기가 생겼을 정도다. 부디 앞으로는 어떻게 해서든 인물사진에 있어서 동생 보란 듯이 평타는 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내 사정을 알았던 선민이는 출국 전 까지 시간 날 때마다 나와 함께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서로를 위한 사진을 찍어주며 이번 여행을 위한 예비 훈련(?)을 했다. 고향 땅 밖으로는 잘 벗어나지 않는 우리였던 만큼 이번 우리의 첫 해외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소중하게 여겨졌던 만큼 두고두고 보아도 그 빛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운 사진이 간절했고, 다른 여행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사진이 우리의 용량에 차곡차곡 담겨 질 것이라는 예감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탓이다.
몇 달간 이어진 나름의 특훈 후, 런던 현지에서 드러난 나의 인물사진은? 다행히 서로에게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부디 이것이 나만의 생각만은 아니었으면 한다) 어쩌면 배경 자체가 아름다워, 분위기 자체가 농도가 절절히 가미된 유럽 감성이었기에 만족스럽다 느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런던 골목 어귀마다 서로를 위한 셔터를 신중히, 귀중하게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선민이와 함께하는 여행 둘째 날의 시작역시 서로의 셔터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런던 도착 후 3일 연속으로 걷던 브릭레인의 골목이었지만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 거리, 마주 할 때마다 전혀 새로운 이 분위기였기에 30분이면 걸어갔을 거리를 선민이와 함께 하다 보니 이날은 1시간 30여분 만에 도착하게 되었다.
한발 내딛으면 새롭게 드리워지는 배경에 각자의 환한 모습을 담아주고, 한 걸음 앞서가면 언제 또다시 마주 할일 없을 26살의 너의 뒷모습을 조금 더 선명히 기록할 수 있는 영상을 담아내었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장면이 새롭게 느껴지고, 너의 주변을 둘러싸는 배경이 아름답다 생각되면 그렇게 서로를 저기 저 둔치의 피사체로 세워 또 하나의 기록으로 만들어 두었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타고 이동하기보다는 날은 좀 추워도 골목 곳곳을 누비며 그 곳의 정취를 흠뻑 받아낸 우리만의 장면을 연출하면서 지금 이렇게 함께 하는 이 행복한 순간을 프레임으로 담는 재미가 좋았다.
그저, 즐거웠다. 26살의 마지막을 향해 가던 그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