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제국의 창립자 6
2016년,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뉴욕 맨해튼의 한 공유오피스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는 아담 노이만이라는 젊은 창업가를 만났고, 단 28분 만에 44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이것이 21세기 최대 투자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위워크 투자의 시작이었다.
손정의는 2017년 비전 펀드를 설립하며 "정보혁명을 통해 인류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이 펀드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드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아부다비 무바달라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손정의의 투자 철학은 단순하면서도 과감했다. 그는 "30년 후 세상을 바꿀 기업"을 찾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택했다. 알리바바 투자로 2,000만 달러를 1,700억 달러로 불린 성공 경험이 그의 확신을 더욱 강화시켰다.
위워크는 손정의의 이러한 비전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투자처로 보였다. 공유경제의 확산,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그리고 전통적인 사무공간의 혁신이라는 메가트렌드가 모두 위워크를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2016년 초, 손정의는 위워크의 뉴욕 본사를 방문했다. 아담 노이만은 손정의에게 위워크의 비전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단순한 공유오피스가 아닌, "물리적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었다.
노이만은 위워크를 "공간-as-a-서비스"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위워크 공간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창업가 커뮤니티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최적의 근무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기술적 비전도 더했다.
손정의는 노이만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위워크가 단순한 부동산 임대업이 아닌 기술 기업이라는 노이만의 주장에 공감했다. 월 매출 성장률 20%, 회원 수 기하급수적 증가 등의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다.
2017년 8월,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4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당시 이는 우버, 에어비앤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었다.
손정의는 이 투자를 "30년짜리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47년까지 위워크가 전 세계 1,000개 도시에 진출하고, 1억 명의 회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위워크가 단순한 공유오피스를 넘어 교육(위그로우), 주거(위리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자 발표 당시 손정의는 "위워크는 물리적 세계의 페이스북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그의 투자 철학인 "승자독식 시장에서 1등만 투자한다"는 원칙과도 부합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위워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29개국 111개 도시에 528개 지점을 운영하며, 회원 수는 52만 명을 돌파했다. 매출도 2017년 8억 8,600만 달러에서 2018년 18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손정의는 이러한 성장세에 고무되어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2019년 1월,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고, 기업가치를 470억 달러로 평가했다. 이는 JP모건체이스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당시 손정의는 "위워크의 성장 속도는 인터넷 역사상 전례가 없다"라며 자신의 투자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그는 위워크가 2021년까지 전 세계 1,000개 지점을 운영하고,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들이 숨어 있었다.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본질적으로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단기로 재임대하는 구조였다. 경기 침체 시 단기 계약자들이 빠져나가도 장기 임대료는 계속 지불해야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버넌스였다. 아담 노이만은 위워크의 지분 20%만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특수의결권을 통해 절대적 권한을 행사했다. 그는 개인 부동산을 위워크에 임대하여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등 이해상충 문제도 불거졌다.
재무구조 역시 건전하지 못했다. 2018년 위워크의 순손실은 19억 달러에 달했고, 매출 1달러당 2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금흐름은 계속해서 마이너스였으며,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2019년 상반기, 위워크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손정의도 이를 적극 지지했다. IPO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고, 소프트뱅크의 투자도 부분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IPO 준비 과정에서 위워크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8월 공개된 S-1 서류에는 위워크의 심각한 재무 상태와 거버넌스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아담 노이만의 일탈적 행동들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그는 위워크 본사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사내 파티에서 과음하는 등 CEO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했다. 또한 개인 제트기로 전 세계를 다니며 과도한 경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9월, 위워크는 결국 IPO를 철회했다. 투자자들의 차가운 반응과 언론의 집중포화로 인해 기업가치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당초 470억 달러로 평가받던 위워크의 가치는 100억 달러 미만으로 추정되었다.
손정의에게 이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비전 펀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홍보해 온 위워크가 일순간에 최대 실패 사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더욱이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투자한 총 105억 달러가 모두 위험에 처했다.
9월 24일, 아담 노이만은 CEO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위워크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임직원들은 대량 해고에 대한 불안감에 떨었고, 기존 투자자들은 추가 투자를 꺼렸다.
2019년 10월, 위워크는 자금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월 운영비만 7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현금은 급속히 바닥나고 있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위워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소프트뱅크뿐이었다.
손정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추가 투자 없이 위워크를 포기하면 이미 투자한 105억 달러를 모두 잃게 되지만,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더 큰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었다. 결국 그는 "투자한 돈을 살리기 위해 더 투자한다"는 논리로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10월 22일,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95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30억 달러의 신주 인수, 17억 달러의 기존 주주 지분 매입, 50억 달러의 신용한도 제공으로 구성되었다. 이로써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의 지배주주가 되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위워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공유오피스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고, 기업들은 사무공간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위워크의 회원 수는 2020년 3월 73만 5,000명에서 6월 60만 9,000명으로 급감했다. 입주율도 80%에서 50%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고정비인 임대료는 계속해서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손정의는 이 시기를 "위워크 투자의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위워크 경영진과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전 세계 지점의 20%를 폐쇄하고,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극단적 조치들이 시행되었다.
2021년, 위워크는 SPAC(특수목적인수회사)을 통한 우회 상장을 추진했다. 전통적인 IPO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손정의도 이를 지지했다. 더 이상의 손실을 막고 부분적으로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로 본 것이었다.
3월 26일, 위워크는 BowX Acquisition Corp. 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합병 후 기업가치는 90억 달러로 평가되었는데, 이는 소프트뱅크가 2019년 평가한 470억 달러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10월 21일, 위워크는 'WE'라는 티커로 나스닥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다. 상장 첫날 주가는 11.2달러로 마감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
소프트뱅크의 위워크 투자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총 투자액 135억 달러 중 약 115억 달러, 즉 85% 이상을 잃었다. 이는 소프트뱅크 역사상 최대 단일 투자 손실이었다.
손정의는 2021년 8월 실적 발표에서 "위워크 투자는 나의 판단 착오였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노이만의 카리스마에 속았고,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 손실은 비전 펀드 전체 수익률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2021년 말 기준 비전 펀드 1호의 누적 수익률은 연 13.4%로, 당초 목표인 20%를 크게 밑돌았다.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졌고, 소프트뱅크의 투자 철학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었다.
위워크 투자 실패의 근본 원인은 여러 요인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적 결함이었다. 위워크는 기술 기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중개업에 가까웠다. 장기 임대와 단기 재임대 사이의 괴리는 경기 변동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
둘째, 거버넌스의 부재였다. 아담 노이만의 독단적 경영과 이해상충은 기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윤보다는 규모 확대에만 집중하는 성장 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셋째, 투자자의 실사 부족이었다. 손정의는 28분 만에 44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고 자랑했지만, 이는 오히려 충분한 검토 없이 성급하게 투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재무제표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부족했다.
위워크 사태는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성장이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는 실리콘밸리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투자자들은 수익성 없는 고속 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유니콘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위워크 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기업가치 평가에 더욱 신중해졌고, 창업자의 거버넌스와 윤리성을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또한 SPAC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위워크의 SPAC 상장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SPAC을 통한 우회 상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SEC는 SPAC에 대한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
위워크 실패 이후 손정의는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했다. 그는 "직감적 투자"에서 "데이터 기반 투자"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투자 규모를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2022년부터 소프트뱅크는 투자보다는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의 가치 제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정의는 "양보다는 질, 속도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새로운 투자 철학으로 내세웠다.
그는 또한 투자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개인의 직감에만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투자위원회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고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위워크 사태는 일본 기업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으로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하던 일본 기업들이 손정의의 실패를 통해 무분별한 해외 투자의 위험성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일본의 대기업들은 스타트업 투자에 더욱 신중한 접근을 하게 되었다. 실사 기간을 늘리고, 거버넌스 구조를 더욱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또한 창업자의 인품과 윤리성을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손정의의 도전 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패는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본 기업의 존재감을 높였다는 평가였다. 이는 일본 사회 내에서 실패에 대한 관용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위워크의 실패는 공유경제 전반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다. 공유오피스뿐만 아니라 공유주택, 공유차량 등 다양한 공유경제 모델들이 재검토되었다. 투자자들은 공유경제 기업들의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공유오피스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우워크(Ucommune), 싱가포르의 저스코(JustCo) 등이 모두 밸류에이션 하락과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위워크 사태를 통해 공유오피스 업계는 더욱 건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게 되었다. 수익성을 중시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손정의의 위워크 투자는 21세기 벤처투자사에 길이 남을 사례가 되었다. 13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통해 얻은 교훈들은 투자자뿐만 아니라 창업가, 그리고 전체 스타트업 생태계에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첫째, 성장과 수익성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무작정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 거버넌스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건전한 거버넌스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창업자의 인품과 윤리성은 투자 결정에서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셋째, 철저한 실사의 필요성이다. 직감과 카리스마에만 의존하는 투자는 위험하다. 데이터와 팩트에 기반한 냉철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손정의는 위워크 실패 이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이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이러한 자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위워크 투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들은 미래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현재 위워크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 문화의 확산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손정의와 소프트뱅크도 이를 지켜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회수를 기다리고 있다.
위워크 스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벤처투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를 남겼다. 꿈과 현실, 비전과 실행, 성장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