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바닷속에 마을을 그리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상상화 그리기 대회를 할 때면 그런 상상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 말이 안 되는 것을 그리는 게 상상화 그리기 대회의 취지였다. 상상하는 것이 그때는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안다. 정확히는 어쩌면 상상하는 것이 현실과의 괴리를 여실히 느끼게 해 더 힘든 일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케치북에 내가 꿈꾸는 세상을 그렸고,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그려낼 수 있었다.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을 보고 왔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어쩌면 힘이 없는 사람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소리 내기 시작했을 때 세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 역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 세상이 갈수록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지? 그런데 옛날이 참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으면서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무책임한 말인 것 같아. “
“ 사람들이 이만큼, 저만큼이라고 정해 놓은 것에 들어가려 애쓰지 말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봐. “
스케치북에 그렸던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상상화들이 오히려 현실과 가까워져 갈 수 있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현실과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도 적당히 모른 척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나는 무엇을 상상했고 어떤 세상을 꿈꾸었을까 생각한다.
언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다. 안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세상 속에서 적당히 적당히,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삶을 살아내기가 쉽지 않아 힘과 용기를 잃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어릴 적 스케치북은 다시 가질 수 없다. 조금 어설픈 어른이 되었지만 지금의 스케치북을 꺼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바닷속 마을을 그려보자. 우리의 상상화들이, 우리의 바람들이 모여 조금씩 조금씩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