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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Dec 05. 2020

한가한 토요일의 일기

따뜻하게 스콘을 굽고, 초콜릿과 호두를 가득 넣은 쿠키를 굽고, 먹음직스럽게 키쉬를 구워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조용한 골목길을 들어서고 아침을 깨우는 것이 나의 출근길이다. 주택가에 위치한 우리 가게는 오랫동안 이 동네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이 아니면 발길이 닿기 조금 어려운 곳이다. 요즘은 sns를 보고 찾아 찾아가는 때이기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그런 발길도 줄어든 건 사실이다. 동네 자체가 한적하고 가게들이 다 아담한 느낌이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동네라 나는 이 동네를 참 좋아한다.


어제는 이웃 꽃집을 가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었다. 다른 골목에 위치한 작은 케이크 가게가 있었는데 아마도 가게를 정리하고 계신 듯했다. 간판이 바뀌고, 공간도 정리되어 있었다. 근처에 있던 와인 가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동네에는 빈 공간들이 가득했고, 어딘가에는 다시 그곳을 채우며 새로운 공간이 마련되고 있었다. 사라지고, 잊히고, 다시 생겨나고 있었다.


춥지만 맑은 날씨의 토요일이지만 손님이 별로 없다. 맛있는 것들을 잔뜩 쌓아두었지만 이 아이들의 주인이 없다. 그래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토요일의 이런 여유라니.

얼마 전에는 다른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동갑내기 친구 사장님이 연락이 왔다. 오늘 하루 매출이 삼만 원이었다며. 정말 울고 싶다고 말해오는 그녀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0원인 적도 많았는데?”

부디 모두의 하루가 조금씩 돌아가기를,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시간에서 모두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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