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짝사랑 같은 일. 포카치아를 굽다 -1
베이킹을 좋아하고, 직업 중 하나이지만 작업을 할 때마다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베이킹에 대한 마음을 쭉 적어보니 아무래도 누군가를 좋아할 때와 같다.
그렇다. 나는 베이킹을 좋아한다.
집에 작게나마 새로 들인 오븐으로 처음 구운 아이는 포카치아다.
이탈리아 음식을 파는 곳이나 레스토랑에 가면 식전빵으로 자주 등장하는 빵 중 하나다.
보송보송하면서도 쫄깃한 빵. 이스트가 들어가는 빵은 여전히 어렵다.
여전히 자신이 없지만 나는 또 늘 결과물을 기대한다.
쓰고 보니 꼭 베이킹을 짝사랑하는 것 같네. 그렇다. 짝사랑도 사랑이 아니던가.
반죽을 할 때도, 발효가 될 때도, 오븐에 구워질 때도 슬금슬금 대상을 눈치 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사랑 비슷한 그것 맞는 것 같다.
발효가 잘 되었다. 숨구멍이 숭숭 열린 것 같은 이 반죽이 말해주고 있다.
포카치아는 어떤 재료도 더해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포카치아 레시피를 검색하면 수많은 레시피가 나온다. 그리고 그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허브 포카치아, 마늘 포카치아, 감자 포카치아, 올리브 포카치아 등.
냉장고 속에 있는 재료를 이것저것 조합할 수도 있다.
나는 마침 굴러다니던 감자와 양파, 토마토를 얹었다.
드디어 내 짝사랑의 대상이 오븐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이 사랑이 서글프게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좋은 결과물을 기다린다.
올리브 오일 냄새가 부엌을 채우며 노릇하게 구워진다.
빵이 구워지는 냄새를 맡는 일은 좀처럼 질리지가 않는다.
디저트 카페를 하던 때에도 매일 스콘을 그렇게 구우면서도 스콘이 구워지는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했다.
아무래도 이번 짝사랑은 성공한 것 같네요. 저의 사랑을 공개합니다.
나의 사랑을 누군가에게 과시하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정말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맞겠죠.
잘 구워진 포카치아는 나를 웃게 만든다.
누군가를 웃게 만든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사랑이 나를 웃게 한다.
한 김 식히고 예쁘게 자르고 싶지만, 따끈한 빵을 어떻게 참을까.
식구들이 냄새를 맡고 계속 부엌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며 나 역시도 마음이 급해져 빵을 금세 자른다.
딸기 몇 알과 후무스, 달걀 그리고 오이샐러드를 만들어 같이 곁들였다.
빵이 살아있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는 그의 단면을 보았을 때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쫄깃하게 씹히는 그때면 나는 잠시나마 사랑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사랑은 무사했다.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수많은 이별 끝에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는 마음을 아끼지 말 것을.
언제나 이별의 순간 앞에서 더 슬픈 쪽은 마음 다해 사랑하지 못했던 쪽이었다.
더 좋아하고 사랑했던 쪽은 마음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었다.
사랑 앞에서 지는 일은 없다. 그저 내 사랑에 마음을 다하는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다.
나는 베이킹을 많이, 좋아한다.
처음에는 제누아즈가 좀처럼 부풀지 않고 자꾸 내려앉아 속상했고 운 적도 많았다.
좋아하는 스콘의 맛이 담긴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떡진 스콘 몇십 판을 만들어야 했다.
시나몬 롤이 생각했던 맛이 아니라서 슬펐다.
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마음을 아끼지 않고,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랑을 반죽하고 구웠다.
숱한 실패가 있었지만 후회가 남지 않게 모든 순간에 마음을 다했다.
그리고 나는 사랑을 얻었다.
이제 내 곁에는 안정된 제누아즈 레시피가, 적당히 뻑뻑하고 촉촉한 스콘의 맛이, 보송한 시나몬 롤이 있다.
다음에는 어떤 사랑을 가져볼까 생각한다.
아! 한눈파는 건 아니고 나에게는 아직 사랑할 게 많고, 나는 사랑이 많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