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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Oct 25. 2020

익숙한 향기

어떤 두 사람이 똑같은 향수를 쓰더라도 두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다르다. 머금은 각자의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고유의 향기가 있다.

익숙한 향을 맡으면 긴장감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때가 있다. 잠에서 깨 낯선 느낌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그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기억하는 익숙한 향기는 마음을 놓이게 한다.


그와 헤어지고 일 년이 지나서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헤어지고 일 년을 무탈하게 지내왔다는 기념인지, 괜히 마음이 헛헛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는 일 년 만에 재회 아닌 재회를 하게 되었다. 우연이 아닌 약속을 잡고 옛 연인을 만난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긴장되고 묘한 설렘 같은 것도 느껴졌다.


오랜만에 그의 차를 탔다. 더 이상 '우리'가 아닌 '그'와 '나'에게 있었던 공백만큼 같이 있는 공간에서 주는 적막함은 컸다. 누구라도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어색함 덕에 허공만 올려다봤다. 꺼낼 말들이 공기 중에 떠다녀 붙잡기라도 할 것처럼. 그, 그와의 공간, 그의 말. 그에게서 나오는 대부분의 것들은 낯설었다.

그러다 보이지 않는 어떤 익숙함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어떤 익숙함을 맡았다.

그의 향기였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걷다 보면 바람에 당신의 향기가 실려왔다. 당신의 품에서는 나를 설레게도 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가 느껴졌다. 나는 당신의 향기가 좋았다. 아마도 당신이 참 좋았기 때문이겠지.

나는 당신과 있는 그 공간이 낯설어, 잠에서 깬 아기처럼 울고 싶었지만 익숙한 향기만 있을 뿐 나를 안아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태연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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