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나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에 대한 모색은 그만하기로 했다. 좁은 내 머리에선 답을 구할 수 없고 생각할수록 우울하기만 하니까.
하지만 종종 !살아 있음! 을 느껴야만 하는 때가 찾아온다. 보통 강한 자극을 통해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 깨닫는데, 겨울에 굳이 러닝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밖으로 나와있는 코와 귀, 손이 얼고 쇄골 근처 맥박이 미친 듯이 뛸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는 짧고 굵은 자극이고. 가장 좋아하는 자극은 여행을 통해 얻는 새로운 감각들이다. 낯선 언어와 거리 위에서 여운이 긴 자극을 받는다.
요즘은 여행을 가지 못하니 향이 풍부한 커피를 마신다. 혀 끝이 아닌 목 뒤에서 퍼지는 어색한 향이 불편하지 않은 자극이 되어준다. 난 왜 살지. 생각이 들 때면 재빨리 그 생각을 접고 나를 위한 원두를 간다. 살아 있으니 사는 거지!
최근엔 해서 님이 들려준 조성진의 쇼팽이 가장 크고 깊은 자극이 되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감각에 온 신경에 날이 서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혼자서 새로운 자극들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주변에 날 귀찮아하지 않고 내 고민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어 삶에 좀 더 애착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