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가치의 만남으로 얻는 삶의 의미
"우리가 진심으로 끌리는 것이 세상에서도 가치 있게 여겨지고, 이를 실천할 수 있을 때 삶의 의미가 생깁니다."(Meaning in life arises when subjective attraction meets objective attractiveness, and one is able to do something about it or with it.)(수잔 울프, [삶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수잔 울프(Susan Wolf)는 삶의 의미를 단순한 행복이나 도덕적 행동을 넘어, 가치 있는 헌신과 참여에서 찾는다고 주장하는 현대 철학자입니다. 이를 통해 울프는 우리에게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선택을 합니다. 예를 들어, 출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자전거를 탈지, 점심시간에 어떤 음식을 먹을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선택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와 기준은 무엇일까요?
삶의 의미에 대한 기존의 관점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주관적 만족 중심의 관점입니다. 어떤 행동이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기 때문에 선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좋은 음식을 먹거나 취미 활동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처럼, 개인의 행복을 위한 선택입니다. 두 번째는 도덕적 의무 중심의 관점입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분리수거를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것처럼,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중시하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이 두 관점 모두 삶의 의미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주관적 만족감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충분히 충족할 수 없습니다. 가령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활동에 몰두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깊이 있는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한편,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삶도 그 자체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 의무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거나 도덕적 규범을 따르는 행위와 관련되지만, 그 행동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고 깊이 몰입하지 않는다면 깊은 의미를 경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울프는 '적절한 성취(Fitting Fulfillment)' 개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적절한 성취'란 개인의 열정이 객관적으로 가치 있는 대상과 만나 실현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객관적 가치'란 단순한 사회적 인정이 아닌, 인간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는 본질적 가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예술 창작, 교육, 과학 연구, 환경 보호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만들어 주변 사람과 나누는 평범한 일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요리를 하면서 개인적인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고, 동시에 이를 나누며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합니다. 또 다른 예로,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교사는 자신의 교육적 열정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객관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관점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업가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며 느끼는 성취감과 사회적 가치 창출, 연구자가 새로운 발견을 통해 얻는 지적 만족과 인류 지식 발전에의 기여, 사회활동가가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며 느끼는 보람과 사회 변화 등이 모두 울프가 말하는 의미 있는 삶의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울프의 이론은 특히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기여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만족이나 의무의 이행을 넘어, 자신의 열정을 가치 있는 방향으로 실현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일과 삶의 균형', '자아실현', '사회적 책임' 등의 문제에 대한 통합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