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Dec 03. 2024

좋은 것이 선이고, 나쁜 것이 악이다


“음악은 우울한 사람에게는 좋고,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나쁘다. 귀머거리에게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Music is good for him that is melancholy, bad for him that mourns; for him that is deaf, it is neither good nor bad.)(스피노자, [에티카] 4부 서론 중에서)



 스피노자는 전통적인 선악의 초월적 기준, 즉 신이나 절대적인 규범에 의해 정해진 선악의 개념을 거부하고, 모든 사물의 가치를 인간의 본성(코나투스)에 따라 정의했습니다. 그의 말, “음악은 우울한 사람에게는 좋고,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나쁘다. 귀머거리에게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스피노자의 철학적 관점을 잘 보여줍니다. 여기서 음악이 우울한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는 코나투스를 강화하고, 감정을 고양시키기 때문입니다. 반면,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는 음악이 슬픔을 더 깊게 만들어 코나투스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귀머거리의 경우, 음악을 들을 수 없으므로 그것이 그의 상태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 예시는 같은 경험이라도 사람마다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즉, 음악이라는 동일한 자극이 개인의 상태에 따라 좋음으로도, 나쁨으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스피노자에게 코나투스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자연적 노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식물은 햇빛을 향해 자라고, 동물은 먹이를 찾으며, 인간은 생존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코나투스의 표현이며, 각 존재가 자신의 본성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의 모든 가치 판단이 코나투스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좋음은 코나투스를 강화하고, 기쁨과 활동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 나쁨은 코나투스를 약화시키고, 슬픔이나 무력감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음악이라는 예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울한 사람에게 음악은 기운과 의욕이 떨어진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음악은 감정을 고양시키고 내면의 균형을 회복하며, 코나투스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 음악은 오히려 감정을 증폭시키고 고통을 심화시키는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음악은 그의 코나투스를 약화시키는 나쁜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편, 귀머거리는 음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음악이 그의 코나투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귀머거리에게 음악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중립적 상태로 남게 됩니다. 이처럼 좋음과 나쁨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사물이 인간 본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스피노자는 전통적인 선악의 고정된 기준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그는 좋음과 나쁨이라는 실질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사물의 가치를 인간 경험과 상태에 연결했습니다. 같은 음악이라도 우울한 사람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가치 판단이 개인의 상태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피노자는 선과 악이 고정된 초월적 개념, 즉 신성한 법칙이나 절대적인 규범처럼 변하지 않는 기준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에 따라 정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정 행동이 어떤 종교나 전통에서는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스피노자의 관점에서는 그것이 개인의 본성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지에 따라 그 가치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사물은 그것이 우리의 본성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방식에 따라 좋음이나 나쁨으로 평가됩니다.


 스피노자는 우리 삶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코나투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라고 요구합니다. 음악이 우울한 사람에게는 좋음으로,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나쁨으로 작용하듯, 경험의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상태와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스피노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이 경험이 당신의 본성을 강화하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더 나은 선택을 하십시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십시오. 현재의 선택이 당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철학은 우리가 삶을 더 깊이 성찰하고, 기쁨과 자유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천적 나침반을 제공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