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것만큼 잘 보이는 것이 없고, 미세한 것이 더 명확하게 두드러진다.그러므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도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莫見乎隱,莫顯乎微。故君子慎其獨也)(자사(子思), <중용> 중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합니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신중하게 말하고,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도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볼 때 겉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 많은 것을 읽어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숨기고 포장하려 하지만, 그 진심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겉으로 꾸민 모습은 일시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본질이 드러납니다. 아무리 숨기고 포장해도, 언뜻언뜻 보이는 진심은 오히려 더 크게 보이는 법입니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의 연구는 진심이 미세한 표정과 행동을 통해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미세표정(microexpression)' 이론을 통해, 사람들이 감정을 숨기려고 해도 순간적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가 이를 노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세표정은 1/25초에서 1/5초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나는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사람들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기려 할 때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단서가 됩니다. 에크만의 연구는 사람의 진심이 숨겨질 수 없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장자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가식 없이 드러내는 사람을 '진인(眞人)'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는 세속적인 욕망과 인위적인 꾸밈에서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행복과 평온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진심을 감추고 거짓으로 꾸미고 포장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과 살아갈 때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작고 사소한 언행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작고 사소한 것들이 전체를 결정짓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종종 큰 사건이나 행동에만 집중하여 사람을 평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성품은 오히려 작은 행동과 태도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성품이 무슨 대단한 행동을 한 두 번 해서 형성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고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것이 바른 것일 때 반복적으로 실천하여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습관이 그 사람의 성품이 됩니다. 결국 그는 작지만 선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덕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보았으며, 결국 작은 행동의 습관화가 개인의 인격을 결정짓는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의 태도와 인격을 형성하며, 이는 곧 신뢰와 평판을 결정합니다. 누군가 작은 약속을 쉽게 어긴다면 중요한 순간에도 신뢰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사소한 약속까지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은 신뢰받는 인물이 될 것입니다. 직장에서의 성실함, 일상의 작은 친절, 혼자 있을 때 지키는 규칙 등이 결국 개인의 신뢰도를 형성합니다.
진정한 인격은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증명됩니다. 그렇게 증명된 인격은 우리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하는 작은 말과 행동하나가 주머니 속 송곳처럼 진심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럴듯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기보다 정말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잘 보이지 않고, 사소한 말과 행동이 결국에는 우리를 규정짓는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