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동굴을 벗어나는 열쇠 : 에로스
반복되는 일상과 공허함의 그림자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익숙한 일상이 반복됩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습니다. 내일 역시 오늘과 같을 것입니다. 같은 공간을 오가며 같은 것을 보고, 먹고, 느낍니다. 이 일상은 편안하고 익숙합니다. 길들여진 몸은 기계처럼 움직입니다. 세상은 무뎌진 감각으로 피상적으로 지각됩니다.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반복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삶 전체가 됩니다. 내 삶은 반복의 연속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공허감이 밀려옵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딘가에 더 깊고 의미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은 그 무언가와 진작에 마주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는 삶의 진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한평생을 이렇게 보내다 죽음 앞에 섰을 때, 얼마나 허무하고 황망할지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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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를 찾아서 - 새로운 자극의 추구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찾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사소한 일탈에서 즐거움을 찾습니다. 맛있는 음식, 편안한 집,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들로부터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도 때때로 사치스러울 만큼 삶의 여유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기도 합니다. 물건을 고르고 구입을 결정하며 순간적인 자극을 얻습니다. 물건이 배송될 때까지의 짧은 설렘이 일상의 허무를 달래줍니다. 온라인 쇼핑은 지루한 일상을 극복하는 저렴한 치료제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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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이러한 삶의 모습은 보편적입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익숙한 삶의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루한 일상의 반복은 모든 시대, 모든 인간이 경험해야 할 숙명입니다. 누구나 이 숙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
플라톤의 철학과 에로스의 힘
1. 동굴 속 그림자와 감각적 세계의 한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돈, 명예, 사랑, 우정으로부터 소소한 삶의 행복을 찾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고,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허무감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플라톤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감각적인 세계가 단지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플라톤은 아름다운 꽃, 정의로운 행동, 사랑이나 진실과 같은 가치도 이데아를 불완전하게 드러내는 그림자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꽃은 시들고, 정의는 불의로 전락하며, 사랑은 식고, 진실은 거짓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그림자들로만 가득 찬 삶은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없습니다. 플라톤은 그림자만을 바라보며 사는 인생을 동굴 속 죄수의 삶에 비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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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로스의 의미와 단계
플라톤은 이러한 삶에 새로운 힘과 동기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그림자 세상에서 벗어나 햇빛이 찬란하게 비치는 진짜 세상으로 걸어 나가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이 동력이 바로 에로스입니다.
에로스는 단순히 육체적인 사랑이나 욕망을 넘어, 아름다움과 진리에 대한 갈망을 의미합니다. 플라톤은 에로스를 통해 인간이 불완전한 현실 세계에서 완벽한 이데아를 추구하고, 궁극적으로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플라톤은 그의 저서 '향연'에서 에로스의 단계를 제시했습니다: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특정 개인의 아름다움에 매료됩니다.
모든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개인을 넘어 모든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됩니다.
정신적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내면의 아름다움, 즉 지혜, 용기, 정의 등의 가치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합니다.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사랑: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아름다움의 이데아'에 대한 사랑에 도달합니다.
플라톤은 이러한 에로스의 단계를 통해 인간이 점차 불완전한 현실에서 벗어나 완벽한 이데아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에로스는 인간을 진리로 이끄는 원동력이자,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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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로스와 인간관계의 미로
(1) 에로스와 타인과의 연결
플라톤에게 에로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입니다. 에로스는 우리가 타인과 깊은 연결을 맺게 하며, 이 유대감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킵니다. 에로스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이를 통해 더 완전한 이데아를 추구하게 됩니다.
에로스를 통한 인간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게 됩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서로를 보완하고, 함께 성장하며,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합니다.
(2) 에로스와 어두운 감정
그러나 에로스, 즉 사랑은 늘 행복한 결말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통해 행복에 이르는 길에는 치명적인 불행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 영화, 드라마를 보면 집착과 배신, 미움과 증오, 복수와 같은 어두운 감정들이 펼쳐집니다.
에로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깊은 유대를 형성합니다. 이는 타인과의 연대감을 느끼고, 함께 성장하며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에로스는 특정한 대상에 대한 강한 애정을 통해 다른 타인에 대한 배타성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랑의 본질적인 모순으로, 우리가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을 구별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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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로스와 관계의 모순
이 모순은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는 특정한 사람에게 더 큰 애정을 느끼고, 그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이는 우리가 연대감을 느끼는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을 구별하게 하며, 때로는 다른 타인에 대한 배타성을 낳을 수 있습니다.
에로스는 개별성에서 보편성으로 나아갑니다. 사랑은 특정 개인으로부터 시작하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 보편적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됩니다. 사랑이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조정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이륙과 착륙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비행기가 지면에서 떠오르는 그 순간 위험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데아를 만나는 단계까지 상승하기 위해 떠오르는 그 순간 삶을 위협하는 모든 감정과 힘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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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정한 사랑의 힘과 의미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에로스를 통해 우리는 일상의 틀을 깨고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깊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것입니다.
에로스는 우리를 불완전한 현실에서 완벽한 이데아의 세계로 이끄는 길잡이입니다. 우리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고, 새로운 자극을 찾으며, 진정한 의미를 추구합니다. 플라톤의 철학은 이러한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에로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유대감을 형성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