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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당신이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누른 그 철학 명언, 혹시 가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우리가 감동받고 공유하는 '위대한 철학자의 말'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그들이 한 적 없는 말이라는 사실을 『나의 철학 노트』를 쓰면서 발견했습니다.
SNS 글을 스크롤하다가, 책 속 인용구에서, 강연장에서 들은 한 문장이 가슴을 울릴 때가 있죠. 그 순간 우리는 철학이라는 낯선 세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하지만 그 감동적인 첫 만남이 거짓된 것이라면 어떨까요?
다음 중 진짜 철학자의 말은 몇 개일까요?
"악법도 법이다" - 소크라테스
"신은 죽었다" - 니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데카르트
"내일 지구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 - 스피노자
정답: 니체와 데카르트만 맞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명언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문장입니다. 이 말이 스피노자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뿐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국에서는 1966년 경향신문을 통해 처음 스피노자의 말로 소개되었고, 1971년 중앙일보 사설에서 재차 언급되면서 굳어졌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 문장이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말로 알려져 있어요. 독일 아이제나흐에는 이 문구가 새겨진 루터의 기념비까지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신학자 마르틴 슐뢰만의 연구에 따르면 이 말이 루터의 것도 아니라는 거예요. 실제 최초 출처는 1944년 독일 헤센주의 목사 카를 로츠가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로, 2차 대전 중 희망을 주기 위해 "루터의 말"이라며 인용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 아름다운 문장은 그 누구의 말도 아닌, 전쟁의 참상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했던 한 목사의 창작이거나 출처 불명의 격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상가의 말을 철학자의 이름으로 포장해 유통시키는 일은, 그 철학자의 진짜 사유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아무리 메시지가 아름다워도, 그것이 철학자의 사상과 무관하다면 오히려 철학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는 철학 명언을 단순한 '좋은 말' 이상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철학자가 평생을 걸고 탐구한 사상의 핵심이자, 우리가 그 철학자의 생각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마치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의 정문처럼 말이죠. 겉모습은 멋져 보여도, 그 건축가가 설계하지 않은 문이라면 집의 구조나 의도와 전혀 맞지 않을 수 있잖아요. 철학 명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문장이 철학자의 진짜 사유와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문이 열리는 거예요.
그래서 『나의 철학 노트』를 쓸 때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 아니라, 철학자의 저서나 강연록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문장만 실었어요. 신뢰할 수 있는 번역서와 연구서를 참고하고, 가능한 한 원전까지 직접 확인하려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도 번역과 해석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곤 해요. 저는 가능한 한 철학자가 직접 쓴 문장의 맥락과 의도를 그대로 담으려 했습니다. 좋은 말처럼 보여도, 그 철학자가 하지 않은 말이라면 '그 철학의 문'이 될 수 없으니까요.
아무리 멋진 문장이라도, 철학자의 전체 사상과 단절된 채 해석되면 오해가 생깁니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 말을 단순한 무신론으로 이해하면 니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놓치게 됩니다. 이 문장은 기존 가치체계의 붕괴와 새로운 가치 창조에 대한 요구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야 니체가 말한 '초인'이나 '운명애' 같은 핵심 개념들과 연결되는 거죠.
또 다른 예로 사르트르의 "자유는 축복이 아니라 책임이다"를 보면, 이를 단순히 자유에 대한 찬양으로 이해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 전체를 보면, 이는 인간이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로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한 말입니다.
철학자의 말을 따로 떼어내어 해석하는 건 퍼즐 조각 하나로 전체 그림을 짐작하려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각 명언을 철학자의 사유 전체와 연결해서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 책에 담긴 101개의 문장은 단지 멋있어 보여서 고른 말이 아닙니다. 제가 살아가면서 실제로 위로받고, 생각이 달라졌던 문장들이에요.
저에게 의미 있었던 문장이기 때문에, 독자분들에게도 삶의 태도와 방향을 바꾸는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물론 이 책이 학문적으로 완벽하다고 자신하지는 않아요. 철학 연구자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철학이 꼭 전공자만의 영역이 아니라, 철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삶 속에서 꺼내어 쓸 수 있는 생각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철학은 때로 어려운 이론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매일 아침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가능한 쉽게, 그러나 철학자의 의도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해석과 설명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나의 철학 노트』는 단순히 철학 명언을 모아놓은 책이 아닙니다. 철학을 삶의 질문으로 가져와 스스로 답해보는 책입니다.
철학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묻는 바로 그 자리에 철학이 있어요.
『나의 철학 노트』가 여러분의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동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짜 철학자들의 진짜 지혜와 함께, 당신만의 철학을 써내려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