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합창

by 정지영
"신앙은 당신들이 아직까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 신앙의 보상은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아우구스티누스)


어느 여름 날, 소나무가 우거진 산골 마을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낡은 목조 초등학교 건물 주변으로는 키 큰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교정 한쪽으로는 맑은 개울이 졸졸졸 흘러갑니다.


"천국 버스를 타고 가자! 예수님은 지혜로운 운전사 빵!빵!빵!"


서울의 한 교회에서 3박 4일 여름 수련회를 위해 내려온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설렘이 함박웃음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마을 초등학교 교실에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아이들은 물총을 들고 수건을 목에 걸친 채 개울가로 달려갑니다. 무릎 높이의 맑은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손바닥만 한 물고기를 잡으려 허우적대며 물장구를 칩니다.


해질녘, 개울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숙소가 될 초등학교 강당에서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됩니다. 학교 뒤편 대숲 너머 암자에서 온 동자승입니다.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그 아이는 깎은 머리에 회색 승복을 입고 있었고, 까만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입니다. 그 아이 또한 이 학교의 학생입니다.

낯선 아이들 앞에서 동자승은 작은 주먹을 허리에 얹고 턱을 치켜들며 도전적으로 묻습니다.


"여기는 우리 학교다! 니들 우리 학교에서 뭐하노?"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쏠려 있습니다. 한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합니다.


"어! 이렇게 귀여운 꼬마 스님도 있네?"


머리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다른 아이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거듭니다.


"스님은 무슨? 이런 꼬맹이를 스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지. 꼬마 빡빡이야!"

"그럼 빡빡이 스님이구나!"

"하하하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정에 울려 퍼집니다. 동자승의 얼굴이 빨간 고추처럼 변합니다. 입술을 앙다물고 말로는 대꾸하지 못한 채 두 주먹을 꽉 쥐고 아이들을 노려봅니다. 그 모습에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외칩니다.


"빡빡이, 빡빡이, 빡빡이 스님!"

"빡빡이, 빡빡이, 빡빡이 스님!"

"얘들아! 그러면 안 돼!"


아이들의 놀림소리를 듣고 교실에서 급히 달려온 이십대 후반의 여자 주일학교 선생님이 두 손을 흔들며 말리지만, 선생님 자신도 동자승의 앙증맞은 모습에 입꼬리가 씰룩 올라갑니다. 곧 무릎을 굽혀 동자승과 눈높이를 맞추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겁니다.


"꼬마 스님, 반가워요. 우리가 며칠 여기 있을 텐데, 심심하면 놀러 오세요."


선생님의 따뜻한 초대에 동자승의 굳어있던 표정이 스르르 풀어집니다. 입술 끝에 작은 미소가 번지더니 "히히" 웃음을 터뜨리고는 고무신을 끌며 교문 밖으로 후다닥 뛰어나갑니다. 사실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산골에 갑자기 나타난 또래들이 마냥 반가웠던 겁니다.


그날 저녁 예배 시간, 목사님이 설교에 앞서 특별한 소개를 합니다.


"오늘 예배에는 아주 특별한 꼬마 손님이 함께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이 예배가 더욱 뜻깊어졌답니다. 예수님도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맨 뒷자리에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사람들을 살피던 동자승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 모습에 아이들 사이에서 명랑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와! 아까 그 빡빡이 스님이야!"

"자, 이제 마음을 모아 하나님 말씀을 경청해야겠죠?"


목사님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에 아이들이 고개를 돌리며 조용해졌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세요. 오늘 우리를 찾아온 특별한 꼬마 스님도 마찬가지겠죠?"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네에!"


동자승은 여전히 상기된 얼굴로 아이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지지 않겠다는 듯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건 우리 부처님도 마찬가지입니더!"


예배당이 된 교실 안의 모든 이들—목사님, 주일학교 선생님, 아이들, 그리고 동자승까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종일 구름 뒤에 숨어 있던 산골 하늘의 별들이 모두 이 작은 교실로 내려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듯했습니다.


이튿날 아침, 아이들의 식판에는 큼직한 감자가 하나씩 올라와 있었습니다. 암자를 돌보는 큰스님이 마음을 담아 준비한 소박한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주먹보다도 큰 감자를 "이렇게 맛있는 감자는 처음이야!"라며 감탄하며 순식간에 먹어치웠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수련회에는 특별한 손님이 하나 더 늘어났습니다. 큰스님이 동자승과 함께 기꺼이 예배에 참석한 것입니다. 목사님의 설교는 어느 때보다 힘찬 울림으로 아이들과 특별한 손님들의 마음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수련회 마지막 날, 작별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학교 앞 비포장도로에 노란 버스가 덜컹거리며 멈춰 섭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배낭을 메고 짐을 챙겨 버스에 오르는 동안, 동자승과 큰스님은 교문 앞에서 넉넉한 웃음으로 배웅합니다.


동자승이 아이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경상도 사투리로 정겹게 말합니다.


"예수님 참 좋은 분이시네. 우리 부처님하고 너무 똑같다 아이가. 니들하고 친해졌으니 우리 예수 보살님도 아주 좋아하실 기다."


'예수 보살'이라는 말에 버스 창가에 얼굴을 대고 있던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동자승에게 두 손을 모아 공손히 합장하며 인사합니다.


"빡빡이 스님, 안녕!"

"다음에 또 올게!"

"감자 고마웠어!"


아이들과 동자승의 웃음소리가 소나무 숲 사이로 길게 퍼져나갑니다. 버스가 굽은 산길을 따라 천천히 멀어져 가는 동안, 동자승과 큰스님은 손을 흔들며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순수한 우정의 찬가이고,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여름날의 기적입니다.


푸른 산골에서 피어난 이 작은 만남은, 신앙이란 결국 사랑으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이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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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