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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Mar 28. 2020

나의 이란 룸메이트 Sam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한  두바이 삶

에미레이트는 정말 다양한 국적의 승무원들이 비행하는데 나는 이란, 태국, 싱가포르 룸메이트들과 함께 지낸 경험이 있다.


나는 원래 살던 곳에서 친한 선배가 있는 숙소로 빨리 이사하기 위해서 빈방이 여부를  확인 후 한 곳씩  방문을 했는데 가장 먼저   곳이 바로 Sam의 집이었다.

이 집은 들어가자마자 중동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양탄자가 거실에 깔려있었고 시샤(물담배)도 있었다. 게다가 페르시안 고양이 2마리도  있었다.


Sam이 원하는 룸메이트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고양이를 좋아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난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고양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망설였다. 그랬더니 선배가 Sam이 성격이 강한 편이라서 같이 지내기 조금 힘들 수도 있으니 다른 곳도  방문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곳을 가봤는데 그 집은 들어가자마자  봐도 파티를 즐겨하는 집이었고 담배냄새가 많이 나서  같이 지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많은 크루들이 비행 중이라  세 곳을 방문했는데  빨리 이사하기 위해서는 Sam의 집이 가장 좋은 조건이었고  이 집에 살기 위해선 고양이를 이뻐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난 Sam과 룸메이트가 되었다.


Sam은 에미레이트에서 비행하기 전부터 두바이에서 살았고 비행한지는 3년 정도  됐다고 했다. 그리고 이혼을 했고  출산을 빨리  해서  아들은 미국에서 공부 중이고 딸은 테헤란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딸처럼 챙겨주고 비행에 관해서 조언도 많이 해줬다. Sam은  내가  생각한 전형적인 이란 사람과는 많이 달랐다.


 Sam은 중국음식을 좋아해서 자주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불러서 같이 먹으면서 내 음식이 거의 냉동식품이라서 걱정이 된다며 잘 챙겨 먹으라며 엄마처럼 잔소리도  했다. 그 당시 난  인도 빵인  짜빠티(Chapati, 밀가루 반죽을 얇고 평평하게 만들어 화덕에 구운 것)에 빠져서 다양한 맛 별로 냉동실에 쟁여 놓고 오프 때는 치즈와 갈릭맛 이렇게 두 개를 매 삼시세끼 먹으면서 하루 종일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Sam은 집안을 이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내가 비행 갔다 오면 거실의 인테리어가 새롭게 바뀌어 있었다.  


 나는 Sam이 비행을 가면  고양이 2마리의 밥을  챙겨 주면서 고양이들과 조금씩 친해졌다. 그리고 Sam이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집을 청소해주는 분이 오셔서  난  내방만 깨끗하게 정리하면  돼서 너무 편했다.


우린 문화와 종교가 많이 달랐지 서로를 배려해가면서 즐겁게 잘 지냈다. 오랜만에  둘이  오프가  맞아서  거실에서 얘기하다가  갑자기 Sam이 와 함께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그곳은 우리 숙소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아파트였다. Sam은 한 달 후에 테헤란에서 결혼 후 이곳에서 지낼 거라고 하면서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정말 예상치 못한  Sam의 결혼 소식이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Sam과 거이 1년 반을  같이 살면서 고마운 점이 많았다. 한동안 아파서 비행을 못하고 있었을 때 이쁜 꽃을 사서  나를 위로해줬고  크리스마스에는 빨간색의 따뜻한 잠옷을 선물해줬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놀러 왔을 때는  우리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줬고  Sam 덕분에 처음으로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경험도   수 있었다.


문득 Sam이  아직도  두바이에서 사는지 ,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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