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유리천장이 깨지긴 할까

by 하니작가



에미레이트 객실승무원이 에어서울 부기장이 됐다는 기사를 봤다. 조정실에서 바라본 하늘이 너무 아름답고 멋져서 조종사를 꿈꿨다고 한다. 생각을 바로 실천으로 옮겨서 꿈을 현실로 만든 멋진 분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해고 관련 뉴스를 봤다. 2019년 입시 후 3년 만의 해고라니...


조종실의 분위기는 국내와 외항사는 정말 다르다. 내가 국내 항공사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놀랐던 부분 중 하나다. 내가 근무했을 때 공사나 군 출신이 많아서 위계질서가 심한 편이었고 승무원에게 반말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정말 너그럽고 친절하신 기장님도 계셨다.

국내 항공사에서 비행한지 한 달도 안 됐을 때 기장님이 캇픽에 들어가시면서 나를 보자 보자 하신 말씀이 " 다방 커피 두 잔"이었다. 그 당시 못 알아듣고 사무장님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조종실에 들어가면 상하관계가 정확히 보일 정도로 부기장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런 환경에서 전미순 부기장님이 잘 이겨내기를 바란 건 욕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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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트 경우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은 서로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응원해주기때문에 기장과 부기장의 관계는 친구 같다. 기내식을 선택할 때 기장과 부기장은 절대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부기장이 먼저 선택할 수 있게끔 배려해 주시는 기장의 모습을 많이 봤다. 워낙 겔리오퍼레이트( 겔리 담당)로 일을 많이 해서 조종실에 자주 들어갔는데 친근한 분위기에서 매번 편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미레이트와 국내 항공사, 분명 근무환경이 많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존칭어부터 시작해서 윗사람에게 갖춰야 할 부분이 많다. 분명 서로 같이 존칭어를 쓰면 좋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갑'인 사람은 반말로 응대하지만 '을'인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직설적으로 하지 못하고 격식을 따지며 힘들게 돌려서 말하며 상대방 반응까지 살펴야 한다. 한마디로 고역이다. 그런 공간에서 두 명이 있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2015년 저먼윙스 사건 때문에 조종실에는 무조건 두 명이 함께 있어야 한다. 만약 기장이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객실에 콜해서 승무원 한 명이 조종실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기장이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아마도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단 몇 분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니 기장이 일방적으로 전 부기장에게 "너는 객실 출신이니 객실이 편하니 나가라"라고 했다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이건 항공안전법상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료로 생각한다면 이런 말을 절대 하지 않았을거다.



여성인 전 부기장은 더 심한 차별을 당하며 힘든 환경에서 비행을 했는데 이렇게 부당 해고를 당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2019년 전 부기장이 에어서울 부기장으로 채용됐을 때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했지만 그냥 조금 금만 간 상태인거 같다.



비행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조종실에서 팀워크 결여로 소통이 부재된다면 절대 안전한 비행을 만들 수 없다.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도 조종실의 권의주의적 문화로 인한 서열 관련 문제가 언급됐다. 이 사건 이후 대한항공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기장 채용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들었다. 이렇게 서열을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문화와 성차별은 한국 사회가 분명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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