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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n 27. 2020

여기 다방커피 두 잔!!

승무원에게 CRM이  중요한 이유

열심히 겔리에서 물품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때 기장님과 부기장님이 탑승하셔서 인사드리고 겔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여기 다방커피 두 잔!!

나에게 하는 말인지 전혀 몰랐다. 사무장님이 내 이름을 부른 후에야 인지 할 수 있었다.

다방 커피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난 믹스커피를 잘 먹지도 않았고 다방커피를 만들어 먹은 적도 없었다.

 정말 다방커피 몰라?? 둘둘둘!!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 이렇게 타는 게 가장 맛있는 조합이라고 하시면서 알려주셨다. 바로 만들어서 조종실에 가져다 드렸다.  바로 기장님께 드리고 부기장님께 드렸는데  손이 떨리는 게 보였다. 기장님과의 비행이 힘들 거라는 게 눈에 보였다. 대한항공은 공사 출신 즉 군출신 기장님분들이 많아서 '위계질서' 즉 '군기'가 장난 아니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이렇게 보니 이건 절대 소통이 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지시였다. 그 짧은 시간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조종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기장님은 우리에게 반말은 기본이었다. 연세가  많으신  베테랑 기장님이셨는데 능력은 프로일지라도 동료를 대하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함께 비행하는 크루에게 처음으로 하시말씀이 인사도 없이  '다방커피 두 잔이었어야 했을까?' 우리를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여겼다면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한다. 솔직히 그때 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에미레이트에서는 객실 승무원과 운항 승무원과의 권력 거리( power distance) 작아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외항사이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영어로 소통을 해서 좀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데 반해 대한항공은 존칭어를 사용하며  위계질서에 많이 신경을 쓴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기어트 홉스테드는 세계 53개국을 대상으로 이른바 ‘권력 거리(power distance)’를 조사했다. ‘권력 거리’는 어느 조직에서 “부하들을 그들의 상사들로부터 격리시키는 감정적 거리”를 말한다. ① 종업원들이 상사에게 이견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② 부하직원이 본 상사의 실제 의사결정 스타일, ③ 부하직원이 선호하는 상사의 의사결정 스타일 등이 제시되었다.

권력 거리가 작은 나라에서는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약하며,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상호의존을 선호한다. 권력 거리가 큰 나라에서는 의존과 반(反) 의존 간의 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부하직원과 상사 간의 심리적 거리는 크다. 그래서 부하직원이 직접 상사에게 다가가서 반대의견을 내놓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에미레이트에서는 피곤하면 쉴 수 있는 벙커( 승무원 쉬는 공간 )가 없을 때는 조종실에 가서 한 시간씩 수면을 취할 수 있었는데 그때  운항승무원들과 편하게 대화하고 꿀잠 자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겔리 오퍼레이터 ( 기내 부엌 담당 승무원)를 하면 운항 승무원들 식사와 음료를 서비스 후  챙겨드린다.  그런데 만석일 때는 서비스하느라 정신없을 때가 많다. 그런 캐빈 상황을 먼저 알고 간단하게 먹을 샌드위치만 가져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시며 배고프면 콜을 할 테니 기내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는 기장님도 계셨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두바이ㅡ인천  아웃바운드 비행이었고 이륙 후  캡틴의 기내방송이 이어졌다. 갑자기 방송에서 "ㅇㅇ from South Korea"가 들렸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크루의 이름과 국적을 언급한 후 방송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You are very lucky because the best of the best crews are on board to provide you with the best service.


캡틴은 우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고 즐기면서 비행하기를 원한다는 걸 기내방송에서 느낄 수 있었다. 캡틴의 기내방송 덕에 팀 분위기도 좋아져서 팀워크도 환상이었고 승객들에게도 우리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돼서 서비스 만족도도 높았던 정말 기억에 남는 비행이었다.


 이렇게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며  편하게 소통을 한다면 좋은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매년 항공사에서 운항승무원과 객실 승무원과 합동 CRM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승무원 인적요인 훈련의 가장 잘 알려진 형태인 CRM(crew resource management)은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공기 운항을 위하여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운항 관련 인적자원과 환경 등 이용 가능한 자원을 조종사가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정의  <출처:항공정보포탈시스템 >


CRM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이다.

운항중 개인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운항승무원은 업무를 상호 교차 체크한다.

적시에 적절하게 의사소통을 한다.


교육 중 다양한 항공사 사건과 사고가 언급되면서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으며 CRM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CRM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작은 권력 거리문화를  만들어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CRM을 통해서 서로를 존중하며 즐겁게 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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