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Jul 11. 2020

나의 케렌시아 '눈의 꽃'

그대 아픈 기억마저도 내가 다 지워줄게요

2004년 참 고민이 많았다.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다.

많이 아프다 보니 이제 비행을 그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내 마음은 비행을 더하고 싶었으니까.

이럴 때마다 msn으로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풀곤 했다. 
오랜만에 서울 비행을 나와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직접 노래를 선택해서 좋은 클래식과 가요 시디 4장을

구워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서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다.

솔직히 클래식보다는 가요를 많이 들었다.
박효신ㆍ박혜경ㆍ포지션 ㆍ이승철 ㆍ이승환 등  다양한 가수의 노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박효신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인 '눈의 꽃'을 많이 들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 mp3에 담아서 비행 갈 때마다 버스 안에서 항상 들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픽업 버스 타고 브리핑센터를 가거나 아웃 스테이션에서 공항에 갔던 때가 스쳐 지나간다.


오사카 호텔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퍼서(사무장: 객실 승무원 리더 )가 갑자기 불렀다. 오사카 올 때부터 기내에서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겔리 준비로 바쁜 나에게 갑자기 와서 SEP (기내 안전 관련 부분) 질문을  하고 그루밍(몸단장, 차림새)을 지적했다. 화장과 유니폼 모두 매뉴얼대로 했는데  왜  이유 없이 괴롭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내에서  힘들게 했는데  ' 왜 또 부르는 거지 '하며 갔더니 빨간 모자를  똑바로 쓰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화장실로 바로 가서 거울을 보니
원래 규정대로 쓴 상태였다. 그래도 다시 모자를 쓰고 갔더니 퍼서가 그루밍 리포트할 거라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솔직히 말싸움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 뜻대로 해.
대신 날 그냥 내버려 둬.. 제발..


그리고 버스를 타자마자 mp3로 눈의 꽃을 들었다.
근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먼 곳까지 와서 쓸데없는 일로 혼나고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를 위로해줬다.

'눈의 꽃'과 여러 도시를 함께 비행했다.

파리에서 뮌헨에서  런던에서 

취리히에서  로마에서 그리고 빈에서의 눈의 ...
https://youtu.be/sr3 JaQ3 h7 YA

눈의 꽃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땅거미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네요
손을 마주 잡고 그 언제까지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눈물이 나는 걸요
바람이 차가워지는 만큼 겨울은 가까워 오네요
조금씩 이 거리 그 위로 그대를 보내야 했던
계절이 오네요
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함께 있는 이 순간에
내 모든 걸 당신께 주고 싶어
이런 가슴에 그댈 안아요
약하기만 한 내가 아니에요
이렇게 그댈 사랑하는데
그저 내 맘이 이럴 뿐인 거죠
그대 곁이라면 또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런 기분이 드네요
오늘이 지나고 또 언제까지라도
우리 사랑 영원하길
기도하고 있어요
바람이 나의 창을 흔들고
어두운 밤마저 깨우면
그대 아픈 기억마저도
내가 다 지워줄게요
환한 그 미소로
끝없이 내리는 새하얀 눈꽃들로
우리 걷던 이 거리가
어느새 변한 것도 모르는 채
환한 빛으로 물들어가요
누군갈 위해 난 살아갔나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이런 게 사랑인 줄 배웠어요
혹시 그대 있는 곳 어딘지 알았다면
겨울밤 별이 돼 그대를 비췄을 텐데
웃던 날도 눈물에 젖었던 슬픈 밤에도
언제나 그 언제나 곁에 있을게요
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함께 있는 이 순간을
내 모든 걸 당신께 주고 싶어
이런 가슴에 그댈 안아요
울지 말아요 나를 바라봐요
그저 그대의 곁에서
함께이고 싶은 맘뿐이라고
다신 그댈 놓지 않을게요
끝없이 내리며 우릴 감싸 온
거리 가득한 눈꽃 속에서
그대와 내 가슴에 조금씩
작은 추억을 그리네요
영원히 내 곁에 그대 있어요


어디에 있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들렸던 눈의 꽃...
새로운 노래를 듣는 느낌이었다.
특히 많이 힘들고 지쳤을 때 이 음악으로 위로받았다.
이 노래만 무한 반복해서 도착할 때까지  들었으니까.
눈의 꽃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어느 곳이든 나의 렌시아가 되었다.

그때 시디를 준 그 남사친은 지금은 항상 내 옆에 있다.

*케렌시아: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띵띵띵' 소리가 그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