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프다 보니 이제 비행을 그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내 마음은 비행을 더하고 싶었으니까.
이럴 때마다 msn으로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풀곤 했다. 오랜만에 서울 비행을 나와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직접 노래를 선택해서좋은 클래식과 가요시디 4장을
구워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라서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다.
솔직히 클래식보다는 가요를 많이 들었다. 박효신ㆍ박혜경ㆍ포지션 ㆍ이승철 ㆍ이승환 등 다양한 가수의 노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박효신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인 '눈의 꽃'을 많이 들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 mp3에 담아서 비행 갈 때마다 버스 안에서 항상 들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픽업 버스 타고 브리핑센터를 가거나 아웃 스테이션에서 공항에 갔던 때가 스쳐 지나간다.
오사카 호텔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퍼서(사무장: 객실 승무원 리더 )가 갑자기 불렀다. 오사카 올 때부터 기내에서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겔리 준비로 바쁜 나에게 갑자기 와서 SEP (기내 안전 관련 부분) 질문을 하고 그루밍(몸단장, 차림새)을 지적했다. 화장과 유니폼 모두 매뉴얼대로 했는데 왜 이유 없이 괴롭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내에서 힘들게 했는데 ' 왜 또 부르는 거지 '하며 갔더니 빨간 모자를 똑바로 쓰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화장실로 바로 가서 거울을 보니 원래 규정대로 쓴 상태였다. 그래도 다시 모자를 쓰고 갔더니 퍼서가 그루밍 리포트할 거라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솔직히 말싸움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 뜻대로 해. 대신 날 그냥 내버려 둬.. 제발..
그리고 버스를 타자마자 mp3로 눈의 꽃을 들었다. 근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먼 곳까지 와서 쓸데없는 일로 혼나고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나를 위로해줬다. '눈의 꽃'과 여러 도시를 함께 비행했다.
눈의 꽃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땅거미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네요 손을 마주 잡고 그 언제까지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눈물이 나는 걸요 바람이 차가워지는 만큼 겨울은 가까워 오네요 조금씩 이 거리 그 위로 그대를 보내야 했던 계절이 오네요 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함께 있는 이 순간에 내 모든 걸 당신께 주고 싶어 이런 가슴에 그댈 안아요 약하기만 한 내가 아니에요 이렇게 그댈 사랑하는데 그저 내 맘이 이럴 뿐인 거죠 그대 곁이라면 또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런 기분이 드네요 오늘이 지나고 또 언제까지라도 우리 사랑 영원하길 기도하고 있어요 바람이 나의 창을 흔들고 어두운 밤마저 깨우면 그대 아픈 기억마저도 내가 다 지워줄게요 환한 그 미소로 끝없이 내리는 새하얀 눈꽃들로 우리 걷던 이 거리가 어느새 변한 것도 모르는 채 환한 빛으로 물들어가요 누군갈 위해 난 살아갔나요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이런 게 사랑인 줄 배웠어요 혹시 그대 있는 곳 어딘지 알았다면 겨울밤 별이 돼 그대를 비췄을 텐데 웃던 날도 눈물에 젖었던 슬픈 밤에도 언제나 그 언제나 곁에 있을게요 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함께 있는 이 순간을 내 모든 걸 당신께 주고 싶어 이런 가슴에 그댈 안아요 울지 말아요 나를 바라봐요 그저 그대의 곁에서 함께이고 싶은 맘뿐이라고 다신 그댈 놓지 않을게요 끝없이 내리며 우릴 감싸 온 거리 가득한 눈꽃 속에서 그대와 내 가슴에 조금씩 작은 추억을 그리네요 영원히 내 곁에 그대 있어요
어디에 있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들렸던 눈의 꽃... 새로운 노래를 듣는 느낌이었다. 특히 많이 힘들고 지쳤을 때 이 음악으로 위로받았다. 이 노래만 무한 반복해서 도착할 때까지 들었으니까. 눈의 꽃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어느 곳이든 나의 케렌시아가 되었다.
그때 시디를 준 그 남사친은 지금은 항상 내 옆에 있다.
*케렌시아: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