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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Sep 05. 2020

울엄마가 변했어요!

베이킹으로 하나 된 '우리'

코로나 때문에 딸 니엘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매번 어머님이 반찬을 해주시거나 반찬가게에서 구매해서 먹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직접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나름 반찬을 맛있게 만들었는데 니엘이가 잘 먹지 않아서 기운이 빠졌다. 니엘인 할머니 반찬이 더 입맛에 맞나 보다...

뭘 만들어야 니엘이가 잘 먹을까 생각을 하다가 우리 둘 다 좋아하는 빵이 생각났다. 니엘이도 나를 닮아' 빵순이'다.

 니엘이와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온 후 어느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물어봤다. 그곳에서 다양한 관광지와 성당을  2주일 정도   여행했기 때문에 생각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니엘이는 바로  포르투갈의 리스본이라고 했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답변이 흥미로웠다.

에그타르트가 너무 맛있어서요!!
리스본 벨렘 빵집♡

 난 당연히 니엘이가 가족들을 위해 무릎 기도한 '파티마 성당'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에그타르트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니 조금 허탈했지만 그 정도로 니엘이는 빵을 좋아한다. 그리고 니엘이가 한동안 베이킹에 빠져서 머랭 쿠키와 아몬드 쿠키를 만든 경험이 있어서 함께 하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요새 최대한 밀가루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저탄수화물 '키토 빵'을 만드는 방법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준비물을 준비했다. 아몬드 가루, 코코넛 가루, 차전자피, 베이킹파우더, 설탕 대체 스테비아를 기본으로 구매했다. 최대한 간단한 레시피로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위주로 찾아봤다. 그래서 찾은 '좋은 엄니의 유튜브 채널'은 그야말로 나에게 오아시스였다. 간단한 빵 만드는 것부터 차근차근 따라 했다. 니엘이도 옆에서 빵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우리는 단호박 빵, 고구마빵, 아몬드 빵, 오트밀 빵, 오트밀 쿠키, 바게트, 저탄수 샌드위치 빵 등을 시도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https://youtu.be/V3 lmDH4 LPUM

니엘이와 함께만든 요거트 아몬드 케이크

이번에는' 요거트 아몬드 케이크'를 만드는 시간이다.
오븐에 우리가 만든 케이크를 넣는다. 구워지는데 아몬드의 고소한 냄새가 난다. 그 냄새를 맡으니 커피가 마시고 싶어 진다. 바로 커피를 내린다. 니엘이도 빵 냄새가 솔솔 나니 빨리 먹고 싶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45분이 지나 '띵'소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달콤한 케이크를 꺼낸다. 우리는 빵을 보자마자 서로 마주 보며 하이파이브를 한 후 박수를 친다.


바로 구워진 빵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따뜻한 커피와 우유를 준비한다. 이제 우리는 케이크를 맛있게 즐기면 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다.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들으며 이 시간을 만끽한다. 달달한 빵 냄새 덕에 이미 기분은 하이텐션인데 신나는 음악까지 함께 하니 그야말로 행복한 하루다. 니엘이가 나에게 한마디 하며 활짝 웃는다.

울엄마가 변했어요!!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시기지만 어차피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즐겁게 보내고 싶다. 베이킹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즐기는 모습을 보고 니엘이가 엄마가 변해서 행복하다니 그걸로 충분하다.


에세이 쓰기#후각#빵 냄새#베이킹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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