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Sep 12. 2020

커플이 아닌데 커플사진을 왜  찍어??

'커플앨범 ' 이제 나 하나 주라.


"나 다음 주에 미국에 공부하러 가."
"갑자기?? 그렇구나... 나 요새 훈련이라 정신이 없네..."
"많이 바쁜 거 아는데 이번 주에 잠깐 볼 수 있어?"
"그래, 그럼 토요일에 보자."

나는 대한항공으로 이직 후 훈련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훈련 끝나면 시험공부하고 자고 바로 또 훈련원으로 가는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그래서 이때는 친구들을 만나기보다는 주말에는 무조건 푹 쉬고 싶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가 미국을 간다고 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중학교 때 교회에서 만난 친한 남사친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할 수 있는 편한 친구 사이였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가끔 연애상담도 하고 그랬으니까.

"뭐 먹을래? 네가 좋아하는 떡볶이 먹을래?"
"아냐, 너 미국 가는데 네가 먹고 싶은 거 먹어! 내가 게!! 고기 먹을래?"
근처에서 고기를 먹고 근처 카페에 갔다.

"나 너랑 한 가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줄 수 있어? 프로필 사진 있잖아! 커플들 같이 찍는 거, 나 미국 가는 선물로 찍어주라."
"야! 너랑 나랑 커플이 아닌데 이걸 왜 찍냐? "
"그렇지.. 그러니까 부탁하잖아 "
그를 무안하게 한 거 같아서 미안했다. 친구도 힘들게 말했을 텐데..

"어색하게 무슨 사진이냐? 이거 말고 딴 거 없어? 필요한 거 말만 해!"
"어. 없어. 다 준비했어. "
"너도 특이하다. 진짜!! 그래, 기념사진 찍으러 가자! 바로 앞에 있는 사진관, 거기 말하는 거지?"


그때는 스티커 사진과 커플 프로필 사진이 정말 유행이었다. 사진을 찍으려니 멋쩍어서 포즈를 알려주는 데로 최대한 빨리 몇 컷 찍었다. 드디어 촬영이 끝나고 조그만 미니앨범 2개를 받았다.

"이거 그냥 네가 두 개다 가져! 내가 이거 볼 일 있겠냐?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해라! "

그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는 미국에서 박사과정 후 거기서 지낼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오랜 기간 만난 남자 친구와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언제나 변수는 존재하니까.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게 아닐까?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 그런 감정 변화가 생겼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여전히 친구였고 가끔 그는 안부전화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감정이 전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와 통화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비행으로 지쳐있은 나를 , 그는 항상 위로해주고 격려해줬다. 그가 보고 싶었다. 매번 그가 나에게 다가왔지만 이번엔 내가 먼저 그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다.


커플앨범 두 개다 가지고 있어?
이제 나 하나 주라."


드디어 우리는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서로의 인연을 찾았다. 이렇게 내 옆에 가까이 있었는데 말이다.


 #커플앨범#연인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나 비행기 티켓 샀어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