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00은 엄마 죽으면 따라 죽는다네. 니엘이도 엄마 따라 죽을 거야?
딸 : 아니요. 엄마 생각하면서 살 거예요. 한번 태어난 인생인데 하고 싶은 거하며 살아야죠!
역시!! 니엘이다. 내가 혹시 잘못되더라도 걱정 안 해도 될듯하다.
나 :니엘아!! 엄마 선물 받았어요! 대박!! 오늘 운빨 최고다!
딸 : 엄마! 그건 운이 아니라 복이에요. 엄마가 열심히 살아서 복 받은 거라고요! 혹시 운과 복의 차이를 모르는 건 아니죠? 운은 그냥 게임 같은 거예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처럼. 근데 복은 좋은 사람만 받아요.
코로나 때문에 수업이 많이 줄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었는데 그 누구보다 딸이 나를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인정해줘서 울컥했다.
나: 니엘아! 오늘 날씨 너무너무 춥다.
니엘: 엄마엄마!! 안 추워지는 법 알려줄까요? 핸드폰 줘봐요!"
왜 핸드폰이 필요할까 궁금했는데 갑자기 원더걸스의 'I am so hot' 틀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표정과 제스처까지 똑같이 따라 하는 니엘이를 보며 나도 조금씩 은근슬쩍 따라 했다. 역시 움직이니 덜 추웠다. 오늘도 아이의 엉뚱함 덕에 웃는다.
나 : 니엘아, 아이스크림 달달하니 맛있다.
니엘: 엄마. 인생도 이렇게 달콤한 거예요!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는 니엘이를 보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어린 니엘이가 인생이 달콤하다고 말해서 참 감사했다. 나도 긍정적인 니엘이처럼 인생의 달콤한 맛을 느끼며 살아야겠다.
니엘 : 엄마 코로나 2단계 언제 끝나요? 다음 주엔 끝나겠죠? 진짜 꼭 끝나야 하는데 그래야 학교에 가는데...
니엘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물어봤다.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어서 2.5단계가 될 거 같은 시점이라 긍정적인 답변을 해줄 수가 없었다. 니엘이가 코로나 단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뉴스를 같이 보자고 했지만 그건 싫다고 했다. 이미 학교에 가도 친구들과 대화하며 놀 수가 없어서 심심한 건 마찬가진데 왜 이렇게 간절히 학교를 가길 원하는지 궁금했다.
나 : 다음 주에 친구들이랑 약속 있는 거야? 꼭 가야 되는 이유가 뭔지 엄마는 너무너무 궁금한데 말해주라.
니엘 : 엄마... 있잖아요... 다음 주 월요일 급식이 짬뽕이란 말이에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짬뽕을 꼭 먹야야 하는데, 울 영양사 선생님이 만드신 짬뽕은 정말 최고란 말이에요!"
아... 이 아이...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학교에 가고 싶은 이유가 급식때문일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풀이 죽은 딸이 안쓰러워 짬뽕을 바로 시켜줬다. 그제야 환하게 웃는 니엘이.
딸: 엄마 뭔 생각해요?
나 : 뉴스 보니 확진자가 또 많아져서 걱정되네...
딸 : 코로나 있어도 행복하게 살면 돼요. 난 공부 안 하면 행복한데. 공부 안 하려면 엄마를 설득해야 하고 설득하려면 국어를 잘해야 돼. 그럼 공부를 해야 해. 어쩔 수없네. 공부하긴 해야 되네. 공부해서 엄마 설득할게요!
니엘 : 엄마, 이제 학교 갈 맛 안 나요...
집에 오자마자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혹시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니엘 : 엄마도 알죠? 내가 학교 앞 떡볶이 집 VIP인 거! 이모가 내 이름도 알고 다른 애들보다 떡볶이 3개는 더주신단 말이에요! 오늘도 수업 끝나고 떡볶이 먹을 생각에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갔는데 임대라고 붙어있어요. 이제 이모 떡볶이집 안 하시나 봐요... 이게 학교 가는 낙인데... 진짜 정말 슬퍼요.
니엘이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슬퍼 보였다. 나도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수업 후 떡볶이 먹으며 즐거웠던 추억이 있어서 니엘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니엘이에게 이모님 떡볶이가 어떤 맛이었는지 물어봐서 비슷하게 만들어줬지만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 맛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떡볶이 맛도 맛이지만 친구들과 수다 떨며 먹는 떡볶이가 정말 꿀맛이다.
니엘: 엄마는 롤모델이 누구예요?
책 읽을 때마다 롤모델이 자주 바뀌어서 기습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니엘인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니엘: 엄마, 난 천사 할머니랑 외할머니예요. 두 분 다 엄마랑 아빠 그리고 이모, 삼촌, 고모 잘 키우셨고 할아버지도 많이 도와주시잖아요. "
항상 답변은 내 예상을 벗어난다. 니엘이의 롤모델이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할머니를 사랑하는 니엘이의 마음이 참 이쁘다.
니엘: 엄마 , 왜 난 쌍둥이가 아니에요? 고모도 삼촌네도 쌍둥이쟎아요. 나도 쌍둥이로 태어났으면 혼자가 아니라 형제자매가 있을 텐데..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니엘이와 아이 출산과정에 관한 동화책을 같이 본 적이 있어서 그 책을 예로 들어서 자연임신이 힘든 경우에 인공수정을 하면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고 말해줬다.
니엘 : 엄마도 인공 수정하지 왜 자연 임신했어요?
나: 인공수정 안 해도 니엘이가 엄마한테 먼저 찾아왔거든. 엄마랑 아빠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데!니엘아, 엄마에게 와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니엘이를 꼭 안아줬다. 부쩍 이런 질문을 많이 하는 걸 보니 니엘이가 외동이라 많이 외로운가 보다. 코로나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동생 얘기를 많이 한다.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엄마, 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방법 알아요! 진짜 쉬워요. 매일 아침 서로 얼굴 보며 두 가지씩 칭찬해주면 돼요."
<니엘이가 나에게 해준 칭찬>
기분 좋은 음악으로 깨워줘서 감사해요
니엘이 보자마자 꼭 안아줘서 감사해요
<내가 니엘이에게 해준 칭찬>
일어나서 바로 물 마시고 양치질한 거 칭찬해요.
아침부터 즐겁게 노래 부르며 춤춘 거 칭찬해요.
이렇게 서로를 칭찬해주니 아주 작은 부분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서로 즐겁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이렇게 사랑하는 딸과 함께하는 오늘이 있어서 감사하다.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즐거운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부정적인 일들이 있지만 선택은 나에게 달렸다. 그중 한 가지가 내 마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끔 만들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하루하루가 선택이고 그 선택이 하루를 만든다. 이미 선택하는 거 나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를 행복으로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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