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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Feb 18. 2021

학교 일 년 더 다니기로 했다.

일 년 후의 모습을 기대하며

그냥 졸업해! 뭘 일 년을 또 다녀!


 벌써 2년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원래 관광학 학사 취득 후 대학원에 가려고 했지만 코로나로 관광산업이 좋지 않아 잠시 멈추기로 했다. 승무원 면접 코칭을 하면서 관광에 관심이 생겨서 2019년에 방송대 관광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첫 학기에는 수강신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변경도 못하고 그냥 들었다. 관광학 개론부터 차근차근 공부했어야 하는데 3학년 전공인 관광 행동론과 관광 개발론을 들으면서 헤매기 시작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다 보니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수업 듣고 공부하고 리포트 쓰고 시험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공부하니 즐거웠다. 출석수업에서 교수님과 소통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막상 졸업한다고 하니 기분이 시원섭섭했다. 내가 수강한 과목들을 보니 교양 대신 영문과 수업을 많이 들어서 일 년만 더 다니면 복수 전공이 가능했다.  하지만 과제의 양이 어마 무시했다. 과제를 하면서 '내가 다시 영문과 수업을 들으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호랑이 굴에 스스로 들어갈 생각을 했다. 이미 졸업학점 꽉 채웠고 평균 학점이 4.2이다. 나름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성적 조회를 해보니 관광학 전공 점수보다 영문과 점수가 훨씬 좋았다.

영미문학 모임에서  윌리엄 포크너와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을 접하면서 관심이 생겼고 영문과 수업을 들으면서 그런 갈증이 해소됐다.  영문학 수업을 들으면  영어 공부하면서 학점 취득에 복수 전공까지 되니 나에겐 분명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일 년간 학교를 더 다닌다고 하면 잘했다고 칭찬해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그만 졸업하라고 하셨다. 일하면서 엄마 역할에  공부까지 하는 내가 안쓰러워 보이셨나 보다. 엄마는 딸 니엘이가 고학년이 되니 아이 공부에  신경 쓰고 이 년간 고생했으니 조금 쉬었으면 하셨다.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걱정하시는지 알기 때문에 엄마와 학생 역할을 조화롭게 잘해나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출석수업과 시험 대신 전 과목 리포트로 대체돼서 아쉬웠다. 이런 상황이 되니 대면 수업이 그리웠다.  코로나가 이렇게 가지 오래 지속될지 몰랐다. 작년 1학기 수업 때는 2학기 때는 출석수업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더 악화됐다. 지금은 완화됐다가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50 명이 넘는  인원이 수업을 듣기 때문에 이번 학기도  출석수업이 힘들 거 같다.  마지막 학기엔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영문과 교수님과 대면 수업을 꼭 하고 싶다. 일 년 동안  영문학 수업을 들으며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길 원한다. 문학작품을 읽고 영화를 보면 느낌이 색다르다. 책에서 읽은 부분이 영화로 어떻게 표현됐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오만과 편견과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이번에 원서로 읽고 영화를 보고 싶다.  일 년 동안 영문과 수업만 들어야 해서 영어와 함께 하는 2021년이 될 거 같다.

2020년 코로나 때문에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계획한 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 있다. 환경 탓하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는데 지난 학기  평점이 4.5가 나와서 조금 위로가 됐다.  성적이 다는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만 보낸 게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일 년 후에 나는 영문학과 관광학 학사를 받게 된다. 일 년 후에 대학원을 어느 쪽으로 갈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또 이러다가 아예 다른 전공을 공부하게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이런 과정이 여전히 나에겐  필요하다. 일 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2021년도가 나의 전환점이 되도록 알찬 한 해를 만들고 싶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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