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Feb 08. 2021

이렇게 만나서 반가웠어!

 세상은 넓고도 좁다


스타벅스에 들렸다. 한동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수 없어서 잠깐이라도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역시 예상대로 손님이 많았다. 나 때문에 니엘이와 니엘 아빠를 기다리게 하기 미안했다.  


" 그냥 가자. 앞에 손님 10명 넘는 것 같아. 장 보고 오지 뭐."

" 나중에 오면 더 많을 거 같은데! 기다리면서 니엘이랑 게임하면 돼요!"


  감사하게도 딸니엘이도 협조해줬다. 사이렌 오더를 하면 앉아서 기다리면 되지만 내가 받은 쿠폰은 카운터에서만 주문이 가능했다. 줄을 섰다. 언제 줄이 줄어들지 카운터를 바라봤는데 남자 직원분의 행동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손님이 주문하기 전 밝은 미소로 먼저 '오래 기다리셨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아이 컨택하며 인사하고 손님을 맞았다. 손님이 메뉴를 고민하자 먼저 취향을 물어보고 커피를 추천해줬다. 마스크에 가려 입이 보이진 않지만 충분히 눈으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이렇게 줄이 길고 바쁘면 마음이 급해서 미소 유지가 힘들 텐데 이분은 고객 한 분 한분에게 정성스럽게 서비스했다. 주문하기 전 난 이미 이분의 서비스 마인드에 감동받았다.



 드디어 커피를 주문할 차례다. 갑자기 직원분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니엘쌤! 니엘쌤 아니에요?"

"네... 저 맞는데요. 누구신지..."

"쌤 저 ㅇㅇ이에요!"


핑계라면 핑계지만 마스크를 했고 전보다 살이 좀 붙어서 그때의 이미지와는 달라서 바로 알아볼 수 없었다. 이름을 듣고서야 알았다. 많고 많은 스타벅스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신기했다. 사이렌 오더를 했다면 , 나중에 왔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텐데 인연이긴 한가보다.  줄이 길어 대화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다.


 " 뒤에서 계속 봤는데 서비스를 잘해서 정말 감동했거든. 너 완전 프로 서비스인이야. 멋지다."  

" 니엘쌤한테 배워서 그래요!"


라고 대답하는 제자의 센스 덕에 기분 좋게 웃었다. 제자는 진심으로 일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승무원 준비를 일 년 넘게 나와 함께 한 제자다.  영어뿐만 아니라 독어도 잘하고 해외 경험도 다양했다. 이미지를 위해 3개월 만에 10kg를 감량할 정도로 보완할 점이 있으면 행동으로 바로 보여줬다.  같은 반 친구들의 합격소식은 계속 들려왔지만 정작 제자는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일 년이 지나자 제자는  "니엘쌤 , 서비스 경험이 부족한 거 같아서 스타벅스에서  일하기로 했어요."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도 면접 준비를 꾸준히 했다. 처음엔 적응하느라 힘들어 보였지만 몇 개월 지나자 일이 재밌다며 스타벅스에서 정직원으로 일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 후  한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우연히 제자를 만났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서 이제 스타벅스 지점장이 됐다.  제자가 이렇게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


제자들과 밴드로 소식을 전하긴 하지만 연락이 뜸한 제자들의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믿고 싶다. 무엇보다도 다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는 외국어 공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