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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an 26. 2021

토크 배틀에서 매번 이기는 너에게

대화는 경청과 공감에서 시작된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가끔 누가 얼마나 힘든지 배틀하는 느낌이 든다. 친구 한 명이 시댁 때문에 힘들다고 하니 다른 친구는 우리 시댁은 이렇게까지 한다면서 너네 시부모님은 천사라고 한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영화에서나 일어날만한 스토리를 말한다. 그제야 다들 할 말을 잃고 게임은 끝난다.


이렇게 말하는 대화의 목적은 뭘까? 그 배틀에서 이긴 친구는 속 시원할까?

"그래! 내가 한국에서 가장 안 좋은 시부모 만나 고생하는 사람이다! " 이러고 싶어서  얘기한 걸까?

친구가 시댁 얘기를 어렵게 꺼낸 건 단지 친구들이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원해서였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 토크 배틀이 돼버리면 서로에게 남는 건 하나도 없다. 대화를 할 때 우리는 경청과 공감을 통해 사람과의 신뢰가 형성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나는  승무원 면접 코칭을 하면서 제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다. 한 제자가 상담을 원했다. 표정이 어두운 제자는 같은 반 친구들은 이미 승무원으로 모두 일하고 있는데 자긴 아직도 준비생이라서 힘들다고 했다.

"니엘쌤, 열심히 영어 공부하고 면접도 잘 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안 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저보다 부족한 친구가 되는 걸 보니 승무원은 정말 운인 거 같아요. 이제 너무 지쳐서 그만 하려고요."

 제자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난 계속 경청하며 공감했다.

" 네가 얼마나 힘든지 느껴져.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많이 힘들지.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을 거야.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누군가와 비교해서 네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가진 강점이 충분히 있는데 그게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그런 점을 찾아보면 어떨까."

  제자에게 나도 승무원 준비했을 때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었던 거처럼 분명히 네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꼭 합격할 거라고 했다.  제자는 나에게 얘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고민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제자는 자기의 힘든 마음을 누구라도 알아주길 원했고 난 그렇게 해준 것뿐이었다. 다음 해 제자는 원하는 항공사에 합격했다.



비행과 면접 코칭을 하면서 경청과 공감은 습관이 됐다. 내가 대화할 때  고개를 끄덕거리는 버릇 때문에 남편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난 네가 예배드릴 때 어딨는지 바로 찾을 수 있어.  넌 설교 들으면서도 항상 고개를 끄덕거리거든! "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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