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니작가 Feb 27. 2024

 ‘별거 없는’ 나다운 집

치앙마이에서도 미니멀라이프는 계속된다


이제는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미국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짐만 가져왔다. 이제부터는 두바이에서처럼 집안을 꾸미기 위해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 치앙마이 보금자리를 더 이상 필요 이상의 물건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 이제는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가져온 짐 이상 절대 한국에 가져가지 않을 거다. 가능하다면 이민 가방이 아니라 딱 캐리어 2개만으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지금 딸과 방 한 개가 있는 콘도에 거주하고 있다. 기본적인 가구와 가전용품인 냉장고, 세탁기 그리고 전자레인지 등이 구비되어 있다. 티브이가 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텅 비어있는 거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국에서의 집은 일어나면 사방이 물건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여기는 탁 트인 공간 덕분에 창문 너머로 푸른 산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나였으면 저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며 쇼핑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특히 여기 치앙마이는 가지각색의 시장이 많다. 마켓을 가면 눈길을 끄는 예쁘고 귀여운 수공예품이 넘쳐난다. 게다가 가격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이전이었다면 일단 사고 봤을 거다.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면 되고  한국보다 싸게 사는 거라며 나름 이성적인 판단을 한 스스로에게 만족해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외치며 이런 물건에 현혹되지 않는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바로 딸 니엘이다. 지금 딱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기 좋아할 나이다. 요새 틈만 나면 쇼핑앱을 구경하며 이것저것 나에게 보여주며 강아지 같은 귀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옷부터 시작해서 가방 그리고 액세서리까지 다양하다. 새롭게 여기에서 시작하니 멋지게 집을 꾸미고 싶다며 인테리어 아이템을 줄줄 얘기했다. 이런 용품들은 처음에는 좋지만 나중에는 잡동사니가 될게 분명하기 때문에 여기에 돈을 쓰기가 너무 아깝다. 하지만 딸은 아직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고자 아이가 사고 싶은 물건 3가지를 선택하면 먼저 왜 사야 하는지 이유를 말하게 하고 우선순위가 먼지 물어본다. 필요 이상의 소유와 소비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생활을 통해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3가지를 다 산다고 한들 분명 쓰지 않은 물건들이 곧 생기고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진한다는 게 눈에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사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된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잠깐의 기쁨과 편의를 위해서인지 말이다.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게 되면 소비는 끝이 없다. 세상은 끊임없는 고객을 자극하며 창의적이고 편리한 새로운 물품이 계속 만들어낸다. 이 물건을 사면 인생이 편해지고 행복해질 거라며 소비자를 유혹한다. 이렇게 구매로 이어지고 더 나은 용품이 나오면 사람들은 바로 갈아타기 바쁘다. 아주 작은 불편을 감내하기보다는 손쉬운 소비를 선택한다. 이런 생활방식이 익숙해지면 소비에 가속도가 붙는다. 소유욕이 강해지면 물건에 집착하게 되고 물건을 사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하지만 문제는 소유욕을 멈추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동안은 아이가 학교에 가면 혼자서 장을 봤다. 소유욕은 눈에 보이는 순간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환경을 만들지 않도록 신경 썼다. 하지만 친구들이 가지고 다니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나 물건을 보면 사고 싶어 했다. 당연히 아이의 마음을 공감한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런 소유욕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물건에 돈을 쓰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현명한 소비를 하기를 바랐다.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이에게 소중한 경험을 통한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다. 먼저 아이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이는 피아노 연주하는 걸 좋아해서 여기서 새로운 마음으로 레슨 받는 건 어떤지 물어봤다. 딸은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학원에 다니겠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기타를 배워서 딸이 원하는 기타를 선물했다. 집에서는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며 시간을 보내고 피아노를 치고 싶으면 근처 학원에 가서 한 시간씩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음악 학원에서 선생님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더니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며 이 악기도 배우고 있다. 이렇게 배우며 경험하는데 소비하는 건 전혀 아깝지 않다. 아이에게 새로운 걸 배우고 싶으면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 위험하고 나쁜 것만 아니면 엄마가 발 벗고 도와줄 수 있다고 하니 아이가 알겠다며 활짝 웃으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이제는 아이가 쇼핑앱에 정신을 뺏겨 시간과 돈을 소비하기보다는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찾기 위해 집중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기를 바란다.  

   

 아이가 ‘Less is More’의 의미를 깨달은 일이 있었다. 학교에서 우리 집이 가깝다 보니 친구들이 자주 놀러 오는 편이다. 니엘인 우리 집에 아무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한 말 덕분에 이제는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하게 됐다. 


"우와, 너네 집 넓고 깨끗해서 놀기 정말 좋은데! 우리 집도 이랬으면 좋겠다. "   

 아이는 친구가 한 말을 전해주면서 우리 집이 아주 심플하고 깔끔해서 친구들이랑 놀기엔 안성맞춤이라며 이 공간이 좋아졌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 집에 가보니 다양한 장식품과 살림살이가 많아서 놀 때 떨어트리거나 깨질까 봐 신경 쓰였다고 했다. ‘별거 없는’ 우리 집이 최고라며 이 일 이후론 집 꾸미기엔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아이는 집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가 놀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물건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 심플한 것이 최고라는 걸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방이 물건으로 꽉 차 있으면 답답하고 생각도 정리되지 않는다. 스트레스받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먼저 주변을 정리하는 게 우선순위다. 치앙마이에서 내가 원하고 바라던 단순한 삶을 살고 있다. 여기 온 지 100일이 조금 넘었다. 구매한 건 생필품 외에 아이 생일날 선물한 고무나무 화분과 하이킹을 위한 운동화와 배낭 그리고 전자제품은 에어프라이어가 전부다. 이제는 딸과 옷을 같이 입어서 내 옷을 구매하기보다는 나엘이가 원하는 옷을 사준다. 이렇게 소비습관을 바꾸다 보니 여전히 거실은 커 보인다. 굳이 없어도 되는 물건으로 거실을 채우고 싶지 않다. 단순함이 얼마나 마음의 평안을 주는지 알기 때문이다.     


 심플 라이프, 즉 미니멀라이프는 주변 정리부터 시작한다. 게다가 이걸 계기로 힘들고 지치게 하는 대인관계와 복잡한 생각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멀어지게 된다. 단순한 삶이 주는 행복은 중독성이 강하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일어나서 주변을 정리하면 된다. 그리고 매일 반복하면 된다. 단순한 삶이 주는 행복을 모두가 느끼며 만끽하게 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23킬로에 채워진 나의 작은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