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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04. 2024

데미안 읽어봤어?

독서 '잘 알 못'이 '덕후'되기까지


 데미안 읽어봤어?



친구들이 얘기를 하는데 난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다들 읽은 거 같아서 그냥 미소 지으며 친구들 사이에 껴서 바보처럼 있었다. 울언니는 항상 책을 끼고 살 정도로 좋아했지만 난 책 읽는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나에게 책은 단지 학교 공부를 위해서만 필요할 뿐이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들어오니 필수 교양과목에 독서토론이 있었다. 


'나 화학관데... 왜 이런 독서수업을 들어야 하지??'


 안 그래도 책 읽는 거 싫어하는데 매주 한 권씩 읽고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다니 이건 진짜 고문이었다.


교수님 한 분과 10명 이하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소규모 토론 수업이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으면 토론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책을 원래 좋아했다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겠지만  독서와 친하지 않은 나에겐 가장 어려운 전공 수업보다 더 괴로운 시간이었다. 1년 내내 독서토론 수업을 들었지만  유일하게 기억나는 책이 바로 '아큐정전'이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아큐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 아닐까?




드디어 독서토론 수업에서 해방된 후 또다시 책과 멀어졌다. 그러던 중 '상실의 시대'를 선물로 받았다. 워낙 책에 관심이 없어서 하루키가 유명작가인지도, 상실의 시대가 베스트셀러인지도 몰랐다. 선물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읽었는데 나는 주인공의 사랑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나에겐  나쁜 남자일 뿐이었다. 남녀가 사랑하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묘사하는 부분이 계속 나왔다. 어색했다. '죽음, 자살 무거운 단어와 낯설고 알지 못하는 단어로 가득 찬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대체 뭘까?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다는 의미... 20대 초반인 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읽으면 이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의미'를 알 수 있을까...






내 안에 새 생명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책에 자꾸 손이 갔다. 임신 출산 관련 책부터 영유아 교육책을 읽었다. 책을 읽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생겼다. 스스로 책을 찾아 밑줄 치며 집중해서 읽었다.  책을 통해 궁금했던 부분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나엘이가 어렸을 때는 거의 24시간을 함께 해서  독서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딸 니엘이 와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고 싶었다그러다가 발견한 책이 세 살 아이와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준 오수희 작가님의'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였다. 이 책을 시작으로 작가님의 거의 모든 책들을 미친 듯이 읽기 시작했다.



나도 니엘이를 이렇게 키우고 싶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문화와 종교를 직접 경험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워킹맘이라 일주일 이상 시간을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짧은 기간이라도 딸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녔다. 책을 읽으며 변해가는 나를 발견하면서 독서하는 시간이 갈수록 즐거웠다. 내가 관심 있는 여행 분야의 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책도 읽게 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2016년 처음으로' 일 년에 50권 읽기' 독서계획을 세웠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서평을 썼다. 대학생 때는 독서토론 시간이 괴로워서 피해 다녔지만 이제는 내가 독서모임을 찾아다녔다. 딸 나엘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학부모 독서모임에서 2년간 책을 읽고  2019년 4월 씽큐베이션 1기를 시작으로 4기까지 독서모임을 했다. 일주일에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쓰고 이주에 한 번씩 만나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분야의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관점의 의견을 듣고 나누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현재는 빡독 강남(빡세게 독서하는 강남)과  카카오 프로젝트 100 독서여행에서  리더를 맡고 있다.



독서'잘알못'이 이렇게 독서덕후가 된 가장 큰 요인은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독서를 시작하기 어려운 분들은 이 부분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목표의식을 가지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먼저 읽자. 그리고 습관형성 후 다른 분야의 책으로 넓혀나간다면 누구나 즐겁게 독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






 한동안 멀어졌던 나의 브런치스토리... 공저 책인 ' 미니멀라이프로 꿈꾸는 나의 인생'이 이번 연도 2024년 4월에 나왔다. 내 책방에 책을 올리려고 하니 3개월 내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수가 5개 이상일 경우 등록신청가능하다고 나왔다. 바로 지금 글을 쓸 여력은 없어서 써놓기만 하고 올리지 못한 글을 블로그에서 읽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글들이 블로그에 방치되어 있었다. 


2020년 9월 26일 작성한 글이다... 오래전에 쓴 글을 읽다가 이렇게 브런치에 올린다. 시간이 참 빠르다. 요새 힘들어서 무기력했는데... 이렇게 내 글을 보니 예전의 나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역시 책을 읽어야 한다.... 힘들어도 지쳐도 이럴수록 더 책과 함께 해야겠다... 독서모드로... 다시 재정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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