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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Jul 04. 2024

'고통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모든 사람은 너무나 소중하기에...

오늘도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엄마가 아이를 업으시더니 세면대의 물을 튼다.

새벽에 조용하고 아늑한 방안에  물소리가 가득하다. 울음소리가 갈수록 작아진다.

어? 엄마, 니엘이 안 울어요!... 신기하다....


"응애응애응애"


딸 나엘이가 깼다.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 이젠 내가 나는 벌떡 일어나 세면대로 가서 물을 튼다. 그러다가 또 깨면  다시 세면대에 간다. 서너 번 반복해야 딸은 잠이 들었다.




니엘이는 태어나자마자 열이 39도까지 올라가서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다. 퇴원 후 집에 와서 아이가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친정 엄마가 계속 니엘이를 안고 방 안을 계속 걸어 다니시면서  어르고 달래도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이런 날의 연속이었다. 엄마와 나는 새벽에 거의 자지를 못했다. 아이가 이미 아팠던 적이 있어서 나도  예민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아이가 울지 않았을 때가 모유수유할 때라서 그때 쪽잠을 자곤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너무 힘들었다. 그때 우리를 구원해 준 것이 오르골 자장가나 클래식이 아니라 바로 세면대의 물소리였다.


우리 방의 욕실은 샤워부스와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었다. 세면대가  방과 연결되어 있어서  물소리가 방 안에서 잘 들렸다. 유독 이방 세면대의 물소리만 좋아했다. 가끔 부엌에서 물을 틀으면 그 소리에 깨서 울었다. 방안 세면대의 물소리는 잠이 오게 하고 부엌 싱크대의 물소리는 잠을 깨게 했다.


이 소리가 대체 뭐가 다를까? 이 차이를 니엘이는 인지한다는 건가?

정말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이런 아이가 벌써 초등학생이라니 정말 시간은 순간이다.

지금은 잠을 좀 빨리 자주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니엘아, 어여 자야 키 큰단다!!! 엄마 불 끈다!!!




2020년 10월에 쓴 글이다. 니엘이는 2010년 플로리다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온 울엄마는  나엘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와 100일을 함께 해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나엘이의 외할머니 사랑은 지극하다. 이제 이아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 가끔 이때의 니엘이 영상을 보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우리 니엘이가 이렇게 작고 귀여웠구나.'


 그런데 벌써 이렇게 엄마와 친구처럼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다니 참 시간이 빠르다. 이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면 니엘인 성인이 된다. 지금 니엘이의 행복한 모습, 힘든 모습, 슬픈 모습 등 다양한 순간순간을 눈에 담아두고 싶다. 난 나엘이의 행복한 모습만 보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번연도는 나엘이가 웃었던 순간보다 울고 힘들어한 시간이 더 많았다. 이런 니엘이의 모습을 보면서 난 가슴이 찢어지고 아팠다.


지나갈 거라고... 이런 순간을 조금 빨리 겪는 거뿐이라고....'고통 총량의 법칙'을 얘기하면서 이런 불행을 조금 빨리 겪어서 나중엔 더 행복한 일이 많을 거라고 얘기를 했지만 딸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견딜 수 없이 힘들었다. 나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취하며 니엘이를 보호했다. 불안한 날이 지속돼서 나는 수면보조제와 타이레놀 없이 잠을 잘 수 없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만 갔다... 니엘이는 이런 날 보며 가만히 와서 안아주었다.


"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나엘이에게 이 말을 들은 것만으로 난 충분하다. 아이가 이런 상황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내 옆에 있어줘서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 순간을 감사하며 기쁘게 살고 싶다. 조금씩 기운을 차리고 있다. 한정된 시간들이 너무 아깝기에, 특히 가치 없는 인간들에 대한 미움은 더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기에.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기쁘게 온전히 즐기면서 니엘이와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힘들지만 여전히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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