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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살 Mar 06. 2019

밋밋강산, 그래도 금수강산

경부선에서 본 국토 자연



  대구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대구로 기차 이동을 할 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진 국토를 남북으로 훑어보게 된다. 그럴 때면 교과서로만 배웠던 70%라는 수치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와 우리나라 산 진짜 많다.’

 한참 산봉우리 머릿수에 감탄을 하고 나면, 실망감도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너무 밋밋해.’

  나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애국자지만,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에 관해서만큼은 일종의 열등감을 가진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캐나다 로키 산맥의 장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발리의 물빛,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였던 중국의 산… 세계 여러 나라엔 저마다 자랑할 만한 자연경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큐멘터리 속의 경관에 비하면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언덕 같은 심심한 산들과 특징이라곤 없는 골과 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맨밥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는 법. 그 심심한 산들과 특징 없는 골과 들도 창문에 머리를 기대로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 아름다움은 새롭고 굉장한 것을 접할 때 느끼는 경이감이 아닌, 어느 날 집 앞 소나무가 새삼 우람하게 느껴지는, 늘 먹던 집밥이 제일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아름다움이다.


저 산맥은 말도 없이
오천 년을 살았네
모진 바람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저 강물은 말도 없이
오천 년을 흘렀네
온갖 슬픔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터」에서 노래한 것처럼, 저 밋밋한 산과 골과 들과 강은 한민족이 태어난 발상지요, 오천 년의 터전이다. 주몽의 아들 온조가 이 땅에 처음 말발굽을 디뎠을 때, 혁거세가 서라벌을 선포하고 관을 썼을 때, 삼별초가 여몽 연합군에 밀려 남하할 때, 일본군 병사를 찌르는 조선군 청년의 눈동자에 담긴 바로 그 산이요 골이요 들이고 강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커다랗고 높다랗진 않지만 묵은 소나무의 진중한 눈빛을 지닌 우리 강산은 겸손과 검소를 미덕으로 여겨온 백의민족과 닮았다. 캐나다의 날카로운 봉우리나 발리의 가벼운 물빛을 이 땅에 가져다 놓는다 해도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보면 마치 내 뼈와 피가 저 산 뿌리와 강물로 빚어져 나라는 존재가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 아닌 게 아니다. 내 몸에 흐르는 피는 이 땅에서 오천 년 동안 살아온 피가 아닌가. 내가 이 땅에 느끼는 아름다움은 시각에 의하지 않는다. 이 땅이 나의 오천 년 고향이기 때문에, 이 땅과 내 몸이 일체이기에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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