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살 Sep 01. 2019

머리글

'좋은 날씨'



  날씨가 좋다. 여기서 좋다는 날씨는 바깥의 사람들이 등교나 출근길을 나서면서 말하는 구름 높고 햇살 좋은 날씨다. 나도 바깥에 있었다면 어김없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향해 휴대폰을 치켜들었겠지만, 이곳에서의 나는 눈으로 경탄할 뿐이다.

  전우에게 “날씨 좋다.”라고 말하기 전, 잠시 멈칫했다. 여름의 군대에서 통하는 ‘좋은 날씨’란 파란 하늘과 밝은 햇살이 아니라 하얀 하늘과 적당한 빗살이다. 이제 두 달을 넘긴 군 생활 동안 나도 볕을 미워하고 흐린 날을 좋은 날로 부르게 됐다. 하지만 두 달이 스무 해를 이길까? 여전히 파란 하늘과 쨍쨍한 햇빛은 입속으로 스며들어 “날씨 좋다.” 소리를 꺼내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군대에서 만난 이상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