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의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올해 상반기는 정말 다이내믹... 뭘 했다고 벌써 6월인가?
연초에 회사 내 구조조정이 있어 내가 있던 팀이 해체되었다. 팀에서는 나만 남았는데 울어야 할지 좋아해야 할지. 반백년의 전통 제조업에 오래 종사했던 나로서는 '고용의 안정'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하루아침에 팀이 없어지고, 동료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내가 스타트업씬에 있구나 온몸으로 체감을 했었다.
업무는 동일하지만 팀이 바뀌고 매니저가 바뀌고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직장생활을 한지 꽉 채운 10년이 되었다. 지금은 아이도 어리고, 남편이 사업으로 육아에 나만큼 참여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나에게 직장은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롭고, 잔업을 집에서 아이 재운 후에 할 수 있고, 출퇴근이 30~40분 내에 해결되는 곳이어야 한다. 물론 내가 대단히 커리어에 욕심이 있었다면 가까이 사는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더 많은 도움을 받아 아등바등할 수는 있었겠지?
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하루에 잠깐이라도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하고, 아이의 주 양육자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어쩌면 둘째는 없기에, 지금 딸이 원할 때 같이 누워있고,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놀아주는 딸이 나만을 원하는 이 길지 않은 순간을 맘껏 즐겨야 한다.
하지만 문득 현타가 올 때도 있다. 이제 회사에서 시니어에 속하고, 나보다 경력이 짧은 직원이 팀 내에 별로 없는 상황인데 나는 10년 전과 크게 뭐가 다른가? 앞으로 이렇게 내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앞으로 닥칠 미래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일을 하는 시간에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지금은 내가 몰아치는 독박육아 속에서도 커리어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잡고 있는 그 사실 만으로 스스로 칭찬을 해줘야 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런저런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많았던 상반기이지만, 막 말문이 터친 귀여운 22개월 딸이 있어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한 요즘이다. 나답지 않게 자꾸 고민하고 우울해하지 말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