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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요리 Aug 10. 2020

가족

우리가족 특이한가요?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는 브런치에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건 어쩐지 부담스럽다. 몇 주 전부터 써 놓고, 고치고 다시 보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고, 마침 비가 쏟아지는 일요일 하루종일 방콕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해 본다. (하지만 발행하지 못하고 월요일이 되었다)


나는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다. (내가 가깝다고 생각하는 몇몇 친구들은 있다. 왕따는 아니라는 말…ㅎㅎ) 자라면서도 그랬고 어른이 된 지금도 친구가 많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건 아마 가족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모님과 두 살 터울의 언니 (이제는 형부와 조카들 그리고 남편까지 있지만^^)는 30여년간 나의 든든한 울타리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우리가족의 끈끈함은 엄청난 대화가 베이스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가족들 모두 말하는 걸 좋아한다. (누가 가장 수다스러운가는 아직도 논쟁거리이다) 학생일때도 회사를 다닐 때도 집에 돌아오면 식탁에 앉아 그 날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한 집에 살지 않는 지금도 카톡방에서 하루일과, 누굴 만나고 뭘 했는지, 식사메뉴, 주말계획 등등 일상적인 내용이 계속해서 공유되고 대화를 한다. 이렇게 많은 대화가 있다보니 서로의 친구들은 물론 주변의 지인들과 일상에 대해 꿰고 있다. 나는 언니의 친구들 심지어 대학 동아리에서 누구와 친한지와 그들의 이름, 간단한 신상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하면 놀라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사소하게 하나하나 궁금해하고 공유하는 사이,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언니와 내가 결혼을 하고 난 지금도 거의 매 주말 만나고 있고, 서로 거주지가 다른거 외에는 결혼 전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결혼을 하고나서, 식구가 늘기도 했지만 형부와 나의 남편은 우리보다 더한 수다쟁이라… 이제는 대화 중 발언권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


가족들은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회사에서 빡치는 일이 있으면 나보다 더 분노하며 욕을 해 주었다. 감정적으로 늘 내편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고 싶은 레스토랑에도 같이 갈 수 있고, 시시콜콜 수다도 떨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님께 말하기 조금 껄끄러운 이야기들은 언니에게 이야기하면 되었다. 물론 지금은 조카들이 있어 예전 같이 여유롭게 수다를 떨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대신 이제는 남편이 있기에 남편에게도 시시콜콜 얘기를 할 수 있다. 비교적 독립적으로 자란 남편은 아직도 이런 나에게, 우리 집에 적응을 해 가는 중인거 같다. “얘는 왜 이런얘기까지 나한테 하는거야?” 뭐 이런느낌..? ㅋㅋ


나는 우리가족의 방식이 익숙하고 편하고 좋지만,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각 가족만의 방식이 있고, 서로 편하게 느끼는 거리가 있고 또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아빠는 자타공인 딸바보이고, 평소에도 애정표현을 많이 하신다. 딸들의 어떤 구박에도 굴하지 않는 어쩐지 조금은 귀여운 면이 있는 그런 분이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딸들의 귀가가 늦어진다고 기다리지도, 데리러 오지도 않는 일관성이 있다. 아침형으로 사시는 분이라 초저녁 잠이 많으시고 운전을 아주 귀찮아 하신다. 딸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8시부터 졸립고, 운전이 귀찮으면 데리러 갈 수 없는 분… ㅎㅎ 어릴 때는 가끔 불만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에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 몇몇 부분 외에는 넘치는 사랑을 주시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혼하고 나니 우리 시아버지는 다정한 섬세한 애정표현이 있는 분은 아니시지만, 아들과 딸이 필요하면 어디든지 라이드를 해 주시고 그런 부분을 전혀 개의치 않으시는 것을 보고 정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각자의 방식, 각 가족의 방식이 있다는게 이런게 아닐까?


그래도 친구랑 가족은 다르다고, 가족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과 친구가 채우는 부분은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감정을 낭비하는 건 너무 소모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개인적으로 나는 몇 명의 아주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만 있으면 내 인생의 감정적인 부분이 다 충족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기도 하고... ^^  

꼭 “친구”가 필요한게 아니라 힘들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줄 사람,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갈 수 있는 사람, 나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필요한 거니까 말이다. (+이 글을 읽고 거침없이 피드백을 해 줄 사람들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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