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 9일 미국 여행 후기. 내가 갑자기 미국에 간 이유.
뜬금없이, 미국 여행을 결심했다.
얼마남지 않았던 스타트업 계약 기간 종료 시점과 다음 이직 회사의 입사일 사이에 일주일이 비었다. 그 일주일 동안 집 앞 도서관을 다닐까, 제주도를 가볼까(초6 이후로 가본 기억이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미국을 갈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최근에 부쩍 실리콘밸리는 어떤 곳일까. 한번 가보고 싶다. 하고 생각한 것이 맞물리면서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미국 여행은 쉽게 생각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비행기 티켓과 물가가 엄청 비쌀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싸긴 하지만 막상 여행을 해보니 겁낼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미국여행은 나중에 30대 중반 전에 돈 벌어서 꼭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나에게 당장의 일주일이라는 기회가 주어지고, 돈은 갔다와서 열심히 벌면되지! 하는 생각이 커지니까, 미국 여행을 지금 못하는 이유가 막상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실행하기로 했다. "나 미국 갑니다!!"
미국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1.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므로 나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2. 실리콘밸리는 한번 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곳에 대해 서치를 많이 해보진 않았어서 그 지역이 어떻게 생겼을지 알지는 못했지만,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곳에 가서 거기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었다.
3. 기존의 삶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1번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 미국 여행은 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매번 익숙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정해진 형식에 맞춰 살다보니 어느새 내 시야가 좁아져있었음을 느꼈다. 아이디어도 점차 창의력을 잃어가고 그저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회인으로서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그래서 더 생각지 못한 미국여행이 끌렸던 것도 있다. 왜 안돼? 지금 가면 안돼? 뭐 때문에? 막상 안갈 이유가 없었다.
돈은 할부로 좀 끌어다쓰면 되지뭐. 상황을 따져보니 누구한테 돈을 빌리거나 대출하는 것 없이 충분히 내 역량 안에서 미국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여건이었다. 평소에는 할부 결제를 정말 싫어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돈보다 시간이 문제이므로 과감하게 지르기로 했다. (비행기 티켓은 할부가 답이었다^^)
일주일동안 미국여행을 간다고 하니 주변 반응은 ‘돈이 좀 아깝다’ 혹은 ‘대박!’ 이런 반응이었다. 계획없이 당장 다음주에 미국여행을 일주일 간다니. 누구 입장에서는 들이는 돈에 비해 기간이 짧고 계획이 부족해 아쉬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내 마음은 확고했다! 남은 기간 미국 여행 계획을 정말 잘 짜보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나는 미국 여행을 갈까? 하고 생각한 지 삼일 만에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모조리 예약했다. ‘아 맞아, 나 이렇게 실행력 좋은 사람이었지’ 하고 다시 내 강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일부러 동행은 많이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내 목표는 여행을 가서, 현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외로워지면 그때 가서 즉흥으로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동행을 구해서 한잔 하면 되는 거니까. 혼자 가는 게 크게 걱정은 안되었다.
미국에 가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두 가지였다. 실리콘밸리 투어하기, 그리고 디즈니랜드 가기!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최우선 계획으로 잡았고, 그 외에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꼭 가보고 싶어서 계획에 넣었다.
비행기값만 250만원. 숙소는 모두 호스텔로 잡았기 때문에 1일 당 평균 6만원 초반대였다. 비행기 값과 숙소를 제외하고는 크게 돈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티켓도 있다. 이 둘은 비쌌다..)
그 외에 우버와 투어비(빅버스 투어) 이 세 개가 가장 많이 들었고 식비는 7박 9일 동안 20만원 내로 해결. 아 유흥비는 제외다ㅎㅎ 유흥비라 하면 저녁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한잔하고 엔빵한 비랄까.
원래 내 인생에서 혼자 여행을 한 기억들을 되짚어보면, 여행을 목표로 어딘가를 떠난 기억이 잘 없다. 유일하게 최근에 다녀왔던 국내 내일로 여행이 유일하다. 그 전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해봐도, 그 근처에 유명하다는 섬 조차 가지 않았다. 로스트 아일랜드... 귀여운 쿼카를 못보고 오다니... 아 젤 아쉬운 부분이다. 그 정도로 여행이라는 가치가 내 삶에서 크지 않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이 여행 자체를 목적으로 간 여행인 만큼 큰 기대가 되었다. 스타트업 계약이 끝나는 다음 날을 출국날로 잡고, 퇴근 후 돌아오면 여행 계획을 짰다. 일 다녀와서 이렇게 생생한 건 오랜만이었다. 찾아보느라 약 일주일간 새벽 4~5시까지 깨있곤 했는데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기대되고 흥분되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고, 6/30(목) 오후 4시에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