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찐파워 Jul 14. 2022

갑자기 떠난 미국 여행 - 2편

나홀로 실리콘밸리 자전거 투어 후기.

혹시, 1편을 못보고 왔다면 먼저 읽고 오길 추천한다!

https://brunch.co.kr/@jyjy0125/15


실리콘 밸리 지역에서 총 40~50km를 자전거로 돌아다닌 것 같다.

총 2일에 걸쳐서 돌아다녔고, 루트는 다음과 같았다.


1일차:

칼트레인에 자전거 싣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써니베일로 이동 – 자전거 여행 시작 – 애플파크 – 링크드인 – 쿠팡/삼성(가는 길에 구경) - 구글 (구글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밤 9시에 해가지면서 컴컴해 다시 돌아왔다) - 마운틴 뷰 역에서 칼트레인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


2일차:

칼트레인에 자전거 싣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운틴뷰로 이동 – 자전거 여행 시작 – 구글 – 스탠포드 대학 – 팔로알토 역에서 칼트레인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     

Sunnyvale 역 도착 후 기념으로 한장 찍었다!
날씨 좋은 날 Sunnyvale 간판을 배경으로 한 컷

1일차에는 오후 2시쯤 출발했고, 2일차에는 오전에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라이딩을 2시간 가량 하고 소살리토 섬을 구경한 뒤 오후 1시쯤 실리콘밸리로 출발한 기억이 있다.     

실리콘 밸리 자전거 투어는 쉽지 않았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었다. 


매번 멈춰서서 눌러줘야했던 친구...누르려고 자전거 멈추다가 몇 번 넘어졌다..

먼저 불편했던 점을 꼽으라면, 핸드폰으로 매번 지도를 보면서 가는 것이 제일 불편했고, 지도를 자주 보다보니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적도 정말 많았다. 보조 배터리를 가져갔으나 그마저도 망가져서 고생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매번 구글맵에 나와있는 예상 소요 시간보다 최소 10~20분 이상은 더 걸렸다. 잘 모르는 지형이라 헤맨 적도 많고, 중간 중간에 신호등이 많아서 멈춰야 했던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자전거 타고 많이 넘어졌다..ㅎㅎ


반면, 이 과정에서 좋았던 것은,

1. 자전거 타고 넘어졌을 때 차타고 가던 사람들이 도와줄 게 없냐며 여러 차례 물어봐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 곳 사람들의 여유와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2. 자전거 체인이 고장났을 때, 핸드폰 배터리도 많이 닳았고 갈길이 태산이라 막막한 느낌이 들었으나, 결국 체인을 셀프로 수리해서 다시 여정을 떠났을 때 생존력이 +1한 느낌을 받아서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

대여한 자전거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많이도 넘어졌다. 자전거 체인도 3번은 풀린듯...버스 타고 돌아갈 뻔
체인 3번 고장나봤더니 셀프 체인 수리 장인이 되었습니다... 수리 문의주세요~

3. 길을 헤맨 적도 꽤 있었지만, 총 40~50km의 긴 라이딩 시간동안 그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경치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옆에서 누가 가자고 재촉하지 않으니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춰서 자연을 보고, 가고 싶을 때 가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4.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여느 직원처럼 자전거로 통근하는 경험도 꽤나 재미있었다. 첫 날 밤 9시 넘어서 역으로 돌아왔을 땐 누가보면 야근하고 돌아오는 직원으로 착각했을수도 있겠다.^^ 저녁이 되니깐 확실히 도로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     

실리콘밸리 자전거 투어. 누구나 해볼 수 있지만 누구나 해보지 못한 소중한 경험이다!

처음에 실리콘밸리 투어를 돈내고 신청하려다가, 문득 자전거로 혼자 투어를 하는 게 더 의미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리콘밸리를 찍고 기념샷을 남기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 곳에서 무엇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한거니까. 이왕이면 자전거로 천천히 경치를 구경하기도 하면서, 내 속도에 맞춰서 투어를 한다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또 30만원 투어비도 덤으로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자전거 24시간 대여가 가능한 곳을 구글맵으로 검색했다. 24시간 대여에 약 55불. 원화로 약 7만원 좀 넘었다.      


그렇게 자전거로 실리콘밸리 여행을 했고 많은 점들을 느꼈다.     

특히 실리콘밸리를 투어하면서 느낀 점은 총 3가지다.

1. 환경의 중요성 (네트워킹이 잘 될 수밖에 없는 환경)

2.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에 살고 싶지는 않다.

3. 글로벌 기업 본사에서 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플파크 비지터 센터 앞. 주변 자연 경관이 어마어마하다.

#1. 환경의 중요성


실리콘 밸리를 돌아다니다보면, 글로벌 기업 건물끼리 굉장히 가깝게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스타벅스와 같은 작은 카페가 종종 보인다. 이런 환경이라면, 근처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누구든 스타벅스에 들려서 쉽게 다른 기업 직원들과 네트워킹이 가능해보였다. 내가 그곳의 직원 중 하나였다면, 누구보다 쉽게 네트워킹을 잘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낯을 전혀 가리지 않는 성격이다.)


그리고 재밌는 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환경에 놓인 카페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는 것 같았다. 내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 내 앞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웬만하면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일테니, 내적 친밀감도 더 들테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환경 + 그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작은 공간(ex. 카페) 이 갖춰진 환경이라면 네트워킹에 최상인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에 살고 싶지는 않다.


직접 눈으로 본 실리콘밸리는 굉장히 평화롭고 조용하고 휑한 곳이었다. 기업 건물들 주변으로는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한가로운 도로, 양 옆에 커다란 나무들,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구글 본사로 가는 길에는 다람쥐들이 굴을 파고 있는 장면들도 흔히 목격했다. 자전거를 타고 그 사이를 지나갈 때 다람쥐들이 나를 피해 도망가지도 않았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게 이 다람쥐들한테도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매일 이렇게 출퇴근을 하고 이곳에서 생활을 하면 분명 마음은 여유롭고 출퇴근할 때 스트레스 받을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굉장히 심심할 것도 뻔하다. 쉽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느꼈다. 가끔 한달 살기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심심한 공간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실리콘밸리가 상징하는 네트워킹 환경의 중요성은 명확히 깨달았다. 비슷한 꿈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끼리 가까이 모여 지내고, 이들이 좀 더 쉽게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는 것(ex.스타벅스)이 핵심이라고 느꼈다. 꼭 실리콘밸리여서 이런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이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글로벌 기업 본사에서 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실리콘밸리를 투어하면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느낀 생각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4일간 여행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마다 아마존에 다니거나, 메타(페이스북)에 다니거나,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이 중 한명과도 마주치기도 어려웠을텐데, 확실히 그 지역에 오니까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정말 많았다. 말 건 사람들마다 대단한 스펙들을 아무렇지 않은 양 다들 가지고 있더라. 그러다보니 ‘이 지역에서는 글로벌 기업 본사를 다니는 것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동시에, 내 회사와 직업을 그들에게 설명할 때 설명이 장황해지는 걸 느끼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내 회사는 서울에 있고, 디지털 마케팅 직무고...말이 길어지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과정에서, 내가 미래에 창업을 하게 되더라도 더 손쉬운 네트워킹을 위해서는 누구나 이름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기업을 한번 꼭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동안에는 대기업이니 글로벌 기업이니, 다닐 이유를 크게 찾지 못하기도 했고 다닐 생각도 크게 없었다. 그런데 이번 계기를 통해 누구나 이름들으면 알만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커리어를 쌓고 싶은 커다란 이유를 하나 찾은 느낌이었다. 음, 쓰면서 생각해보니 꼭 본사가 아니고 지사라도 좋을 것 같다. 본사면 더 좋고.   

링크드인 본사 앞에서 한 장. 그 와중에 자전거 체인 또 풀림. ㅎㅎ

실리콘 밸리 여행은 사실 뻔한 여행일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에 대해서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이 지역도 이제 물가가 비싸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입장이어서 예전 명성만큼은 아니라는 말도 많다. 그럼에도, 직접 이 곳에 와보니 스스로 깨닫는 지점들이 많았다. 특히 환경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자전거로 투어를 함으로써, 실리콘밸리 내에서 자전거로 통근하는 사람들의 기분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실리콘밸리는 정말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다. 내가 이곳에 있는 기업을 다녔더라면 무조건 출퇴근을 자전거로 했을 것이다.      

평화로운 실리콘 밸리


단순히 돈내고 신청한 투어였다면 글로벌 기업들을 한번씩 돌아보면서 사진찍고 기념품 사고 끝이었겠지만, 고생스러운 자전거 투어를 통해 더욱 값지고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된 느낌이다. 핸드폰 배터리도 다 떨어져가고, 자전거 타고 가다가 5번 정도 넘어지기도 하고, 자전거 체인이 두세번 이탈해서 셀프 수리를 한 기억도 있고. 마냥 쉽지 만은 않았던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다시 돌아봐도 행복했던, 그리고 새로운 영감들을 얻었던, 이틀간의 실리콘 밸리 자전거 여행이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jyjy0125/17


매거진의 이전글 갑자기 떠난 미국 여행 - 1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