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데이트 #5. 천공의 성 라퓨타
오늘의 아티스트 데이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6년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다.
하늘에 떠 있는 성 라퓨타를 찾기 위해 땅에 사는 인간들이 움직인다.
전설에 따르면 라퓨타에는 위대한 힘을 가진 비행석과 엄청난 기술력이 숨겨져 있다.
그 힘을 차지하려는 사람들과 그 힘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라퓨타 왕가의 혈통을 지닌 소녀 시타는 군과 해적,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에게 쫓기다 파즈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이후 해적들과 군인들에게 쫓기며 라퓨타를 향한 여정이 펼쳐진다.
영화를 보며 머릿속을 떠돈 생각들을 적어본다.
파즈는 적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공중 해적단을 무작정 경계하거나 적대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한다.
시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파즈는 이런 말을 한다.
“할머니, 알고 보면 착한 사람 같아.”
그 말을 들은 해적단의 리더 도라는 잠시 움찔하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이 장면이 인상 깊었다.
한 사람을 ‘선한 사람’ 혹은 ‘악한 사람’으로 단정 짓기엔
인간은 너무 복합적인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순간 같았다.
나쁜 마음, 착한 마음, 냉소적인 마음, 따뜻한 마음.
어떤 자아가 튀어나오느냐는 그를 대하는 상대의 태도에도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라퓨타에 들어가 보면 그곳은 의외로 평화롭다.
자연과 기술이 공존하고,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하지만 땅에서 그 섬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늘의 존재는 곧 위협이 된다.
알 수 없는 힘, 정체를 모르는 기술.
미지의 존재는 쉽게 ‘위험’으로 분류되고, 결국 침공과 파괴로 이어진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는 항상 제거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피바람 없이 공존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계속해서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라퓨타의 운명을 보며 자연스럽게 미래의 화성이 떠올랐다.
언젠가 인류가 다른 행성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탐험일까, 정복일까.
라퓨타가 보여준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태도에 대한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