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진짜 술에 취해 공연을 한다고?

아티스트 데이트 #6. Drunken Romeo & Juliet

by 찐파워

오늘의 아티스트 데이트는 뉴욕에서 봤던 연극 Drunken Romeo & Juliet이다.
직역하면, 술 취한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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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감과 창의성을 얻기로 마음먹고 실천 중이다.
무언가를 기획할 때 틀에 갇히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러려면 먼저 틀에 갇히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요즘은 평소에 안 해본 경험, 안 가본 곳, 조금이라도 생소한 것이라면 뭐든 시도해보는 중이다.


배우가 진짜 술에 취해 공연을 한다고?


이 한 줄로 이미 나에게는 설득이 끝났다.
아, 이 공연은 봐야겠다.


스토리 자체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내용 면에서 특별함은 없었다.
하지만 이 연극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연출 방식에 있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왕과 왕비 자리를 경매로 뽑는다.

샴페인 한 병을 두고 경매를 진행해 입찰에 성공한 커플이 왕과 왕비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신선할 수가 있을까?


즉흥적으로 VIP 좌석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었고, 마케팅적으로도 굉장히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느꼈다.
사람 심리를 정말 잘 건드리는 지점이었다.



술은 공연의 일부였다.

배우들이 중간 중간에 술을 계속 들이킨다. 연극은 진행되고 배우도 점점 취해간다.

또 공연 시작 전 관객들에게 공짜로 술 한 잔씩을 나눠준다. 이것도 인상 깊었던 포인트였다.

배우들만 취하면 재미없을 수 있는데, 관객들도 샷 한 잔씩 하고 시작하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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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에 있는 QR 코드로 술과 안주를 주문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관객은 편하고, 서빙하는 사람도 훨씬 효율적인 구조였다.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공연을 본 적이 없어서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관객 반응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는 공연도 재미난 포인트였다.

이 연극의 또 다른 핵심 포인트는 관객 반응에 따라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호응이 좋으면 더 재밌는 방향으로,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서 나는 일부러 목요일 저녁 공연을 선택했다.


배우들은 무대 위뿐 아니라 공연장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중간중간 관객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게임을 하기도 한다.

연출 면에서 꽤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사실, 모든 걸 떠나서 그냥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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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치한 포인트도 많았다.
모든 개그 코드가 나와 맞지는 않았고, 중간중간 “음…” 싶은 순간도 있었다. ㅎㅎ

하지만 그런 부분을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전반적인 연출의 신선함,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 방식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연극이었다.



인사이트

1. 엉성함은 때론 무기가 된다.
완벽한 연출보다, 때로는 엉성한 연출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비가 와야 하는 장면에서 배우 얼굴에 대고 스프레이를 연신 뿌려대는데 그 장면이 얼마나 웃기던지!
이런 엉성함 덕분에 관객으로서의 나도 마음이 계속 열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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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 심리 공부는 필수다.
기획이든, 마케팅이든, 연출이든 그 근원에는 결국 인간 심리가 있다.

인간 심리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관객과의 밀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 연극을 보며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꼈다.

심리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


3. 관습과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술’이라는 아이템 하나가 더해졌을 뿐인데 연극의 분위기는 전혀 다른 결로 변했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틀에서 벗어나려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창조가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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