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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파워 Jun 11. 2023

올해 최고의 조언, "목적지를 무시하라."

1만 시간의 법칙 시대는 지났다. 책 <다크호스>를 읽고 나서.

책 <다크호스> 요약: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성공 표준화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음과 동시에,

개개인이 충족감을 느끼면서 본인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성공 로드맵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이제까지 주변 누군가로부터 '목적지를 무시하라'는 조언을 들어본 적이 있었나?

돌이켜 봤을때 적어도 나한테는 이 말이 살면서 처음듣는 생소한 조언이었다. 동시에 나에게 올해 최고의 조언이라고 선정하고 싶을 만큼 인상 깊은 글귀로 다가왔다.


살면서 많이 들어왔던 조언은 '목적지를 처음부터 분명하게 설정하고 버티고 끝까지 나아가라'는 이야기였다. (나의 경우 그 목적지가 내 것이 아닌 느낌 + 거기로 가는 길이 나의 만족과는 멀다고 판단해 이탈했지만.)


“남들 모두와 똑같되 더 뛰어나라.”

표준화 계약에서 성공하기 위해 따라야 할 이 계명의 이면에는 표준화 계약의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즉, 표준화된 기회제공 기관은 개인적 충족감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 p.53

목적지를 설정하라는 일반적인 조언과는 달리, 이 책은 흥미롭게도 정 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통적 성공법과 다크호스형 성공법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목표 설정에서 나타난다.
표준 공식에서는 목적지를 의식하도록 강요한다. 그에 반해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의 네번째이자 마지막 원칙에서는 목적지를 무시하라고 권한다. 목적지는 기관들의 관점에서는 중요하지만 충족감의 관점에서 따지면 재앙이다. (...)
너무 일찍부터 일직선의 경로에 매진하면, 만족감이 훨씬 큰 성공에 이르게 될 수많은 갈래의 구불구불한 경로가 차단될지도 모른다.

- p.214


단,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

목적지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무런 목표없이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목적지'와 '목표'를 구분하고 있으며, 목적지는 무시하되 목표의식은 갖고 살아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목적지'와 '목표'의 가장 큰 차이는 자율성 혹은 선택의 유무다.

목적지는 사회나 기관에 의해 표준화된 성공의 종착점이라고 한다면, 목표는 개개인의 동기에 따라 적극적으로 선택한 눈앞의 기회들이다.


표준화형 사고방식에서는 목적지를 의식하고,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는 목적지를 무시한다.

이 두가지 사고방식 차이에 대한 내용이 책의 핵심인데,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자(표준화형)는 메뉴판 중 하나를 '고르는' 거라면, 후자(다크호스형)에는 메뉴판이 없다.
전자는 남들 모두와 똑같되 더 뛰어나기를 기대하고, 후자는 최고의 자신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자는 우수성의 추구를 통해 충족감을 성취하고(그러나 종착점에서 종종 충족감 얻기에 실패한다), 후자는 충족감의 추구를 통해 우수성을 획득한다.
전자는 일직선의 곧은 경로이고, 후자는 구불구불 굽은 경로이다.
전자는 끝까지 버티는 게 답이고, 후자는 시행착오가 답이다.
전자는 개개인성을 문제시하고, 후자는 개개인성을 중요시한다.
전자는 표준화된 시간이고 후자는 상대적 시간이다.
전자는 기관 중심적이고 후자는 개인 중심적이다.


참고로 다크호스는 표준적 개념에 벗어난 승자를 뜻한다.

1831년 소설 <젊은 공작> 출간 이후 보편화된 말로, 주인공이 경마에서 돈을 걸었다가 '전혀 예상 못했던(dark)'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는 대목에서 나왔다고 한다. (p.17)


표준화형 사고방식은 우리가 흔히 직업을 선택하는 루트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고.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의 예시로는 (책에 따르면) 정계를 떠나서 유명한 정리전문가가 되거나, 양재의 양자도 모른채 맞춤 양복 사업을 시작해 미국 패션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케이스 등이 있다.


양재의 양자도 모른채 맞춤 양복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사람은 미국의 '앨런'이라는 사람인데, 그는 처음부터 맞춤 양복 사업이라는 목적지가 있던 게 아니었다. 다만 본인이 가진 동기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숫자, 회계를 좋아하고 주도적으로 일 책임지는 걸 즐김 + 사업의 성패가 전적으로 자신의 통찰력에 달린 상황에서 만족감을 느낌 + 사교성 뛰어나서 고객을 대하는 일이 즐거움 등)


그러다 우연히 기회를 마주쳤고 그 기회를 잡았다.

그 기회를 잡는 과정 중 재밌는 대목이 있어 아래에 가져와봤다.

앨런은 또 한번 과감하게 행동했다. 그 매장에 세를 얻은 후에 가진 돈을 모두 털어서 첫 번째 매장을 열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던 사업을 실제로 시작했다.

“그때의 저는 양재에 양자도 몰랐어요.
(…)그런데 몇 달 후에 한 신사가 들어오더니 맞춤 정장을 주문했어요.”


(…)순간, 앨런은 결정적 기로에 놓였다. 그 고객에게 이제는 맞춤 양복을 하지 않는다고 둘러대는 식으로, 골치 아플 일 없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결정적인 선택을 내렸다.

“그 신사에게 지금 예약이 꽉 찼으니 2주 후에 다시 방문해 달라고 말했어요.”

-p.144

단, 다크호스형 인간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 하나가 있다.

본인이 정확히 뭘 하게 될지는 몰라도, 본인 내면의 동기들을 잘 알고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그에 기반한 다양한 시행착오들이 가능해진다.


책의 정확한 표현에 따르면 '미시적 동기'를 알고 있어야하는데, 쉽게 말해 구체적인 동기를 말한다.

저자가 '미시적 동기'라는 단어를 채택한 이유가 궁금하면 아래 박스를 참고하길 바란다.

우리가 미시적 동기라는 용어를 채택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미시적 동기가 아주 작은 단위이기 때문이다. 다크호스들이 이루는 개인화된 성공에서 잘 드러나듯이, 포괄적이거나 이른바 보편적인 개인적 동기(예를 들면, 정리 욕구)는 대개 훨씬 더 구체적인 동기(예를 들어, 물리적 공간을 정리하고 싶은 욕구)로 범위가 좁혀질 수 있다. 따라서 미시적 동기는 개인적 동기에서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깊이를 반영한다.

둘째, 각 사람의 동기성향이 여러 별개의 동기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시적 동기는 개인적 동기에서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폭을 반영하기도 한다.
 
-p.360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개인의 충족감과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목적지를 무시해야한다.

대신 자신이 가진 미시적 동기를 잘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적합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본인의 미시적 동기에 확신한다면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과감한 시행착오들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양재의 '양'자도 모르던 앨런이 맞춤 양복을 맞추러온 신사에게 "지금 예약이 꽉 찼으니 2주 후에 다시 방문해 달라"라고 말한 것처럼. (TMI: 앨런 예시를 읽으면서 참 뻔뻔하면서도 멋지다고 느껴져서 피식했다.)

책 키워드 정리: 다크호스, 미시적 동기, 충족감, 불명확한 장점, 목적지 무시하기, 목표의식 갖기, 배짱, 개개인성, 우수성의 다양함, 구불구불, 민주주의적 능력주의

이 책에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아서 다 적어내려가고 싶지만, 슬슬 배가 고프다.

꼭 필요한 핵심 하나를 더 풀어보고자 한다.


위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대개 드는 생각은,

'그럼 미시적 동기, 그거 어떻게 찾는건데?' 이지 않을까 싶다.


책에 따르면 동기는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라 마치 기질과 같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에 가깝다.

이를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책에서는 '비판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게임이 흥미로워서 소개해본다.


비판 게임은 인간의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본능'을 이용한 방법이다.

이 방법에서는 직장 동료, 뉴스 앵커, 길가다 마주친 낯선 사람 등 그 사람을 지켜보다 속으로 본능적으로 비판하는 반응을 스스로 느끼며 동기를 찾는다. 이를 통해 본인이 가진 미묘한 선호와 솔직한 욕구, 내적인 열망을 찾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단, 비판 게임의 목적은 다른 사람들의 장단점을 냉정히 평가하는 게 아니고 강하게 일어나는 감정 반응을 스스로 느끼며 숨겨진 욕구를 찾는 점임을 명심해야한다.


비판 게임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Step 1. 누군가를 비판하려 드는 순간을 의식하는 단계이다. 남들을 비판하려는 그 순간을 의식한다.

Step 2. 누군가를 비판할 때 일어나는 감정을 살펴본다.

Step 3.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자문해본다.

예를 들어, 유명인의 인터부 장면을 보다가 ‘부나 명성을 좇으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면 돈과 세상의 갈채는 당신에게 강한 동기 요인이 아닐 것이다. - p.98

책을 읽고나서 느낀점을 적어보자면.


이 책은 내가 멘토로 삼고 싶을만큼 주옥같은 내용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내 현재 삶은, 일단 목적지가 없다. 최종 목적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재밌다고 느끼는 것을 마음껏 시도해보고 있다. 곧은 길보다 구불구불한 길을 더 선호하는 나는, 종종 이 사서 고생한 끝의 결과물이 초라해서, 주위 조언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다. (있었다. 이 책을 읽기전까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해나가고 있지만, 결국 이 길의 끝에서는 별도의 방도가 없어 남들은 이미 실컷 달려가고 있는 표준화된 목적지를 향해 늦게 출발하는 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었고.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많은 생각 없이 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게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이며 덜 고생스러운 방향이니까.


이 책은 한켠에 그런 두려움과 불안함을 갖고 있던 나에게 위안과 자신감을 선물해준 책인 것 같다.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조언들이 인상 깊었고, 공감가는 대목들이 많았다.

마치 만선 호프에서 저자와 맥주 한잔하며 대화하는 느낌으로 이 책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TMI: 만선 호프 안가봄)


또 최근에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제목의 글을 브런치에 쓴 적이 있는데, 그곳에 적혀 있는 내 생각과 흡사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 특히 사회적 성공과 개인적 성공을 구분하여 후자에 좀 더 초점을 두는 관점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 해당 글이 궁금하면 아래 링크 참고!

https://brunch.co.kr/@jyjy0125/26


이 책을 읽고나서 실천해야할 게 한가지 생겼다면,

내 미시적 동기를 찾는데에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미시적 동기를 찾는 것이 가장 핵심이므로!

책에 소개된 '비판 게임'도 친한 지인 누군가와 한번 해봐야겠다. 흥미로운 게임이다. 재밌을 것 같다.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마구마구 생겨나길 바라면서,

나도 그에 적절한 예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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