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뒤의 내가 읽었으면 하는 글
사람은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고, 노력이 덜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익숙함이 과해지면 그것이 오만함으로 바뀌기 쉽다.
나는 현재 30살인데, 내가 20대때 노력을 통해 얻은 자산들 중에 하나는 바로 스피치 능력이다.
누군가 나에게 갑자기 10만명의 사람들을 내 앞에 앉혀놓고, 대본도 없이 "너 연설 해봐!" 라고 한다면, 난 할 수 있다.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 긴장은 크게 안할 자신 있다. 그 정도의 자신감과 임기응변을 20대때 키운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발표할 기회가 있으면 잘하든 말든 앞에 나갔던 경험과, 결정적으로 대학교 때 3년간의 응원단 활동으로 2만명 학생들 앞에서 다양한 멘트를 쳤던 경험들, 그리고 친구들과 기획해서 진행한 지하철 연설 경험이 스피치 능력 향상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 있는 나인데, 최근 300명 가량 되는 행사에서 시작부터 긴장이 되었다.
긴장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런 나머지 예상치 못하게 멘트를 저는 실수를 했다.
말도 안돼. 내가...?
10년 이상을 훈련해왔는데 이런 실수를 한다고...?
스스로 너무 충격적이었다. 용납하기 힘든 실수였다.
10만명 앞에서도 연설 잘 할 자신 있다며. 근데 300명 앞에서 실수를 하면 어떡해.
사실 원래 같으면 사전에 훨씬 더 연습을 많이 했었을텐데, 최근 컨디션 난조로 평소 대비 연습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컨디션이 안좋아도 이건 아니지.
다행히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스스로 좀 부끄러운 하루였다.
그리고 이 계기를 통해 절대 오만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제대로 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익숙하고 잘하는 거라도 언제든 방심하면 실수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익숙해지더라도, 그럴수록 더 겸손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후회없을만큼 연습해야겠다.
5년 뒤면 아마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해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익숙해진 상태겠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항상 초심을 찾았으면 좋겠다.
위의 내용과 관련된 오늘의 경험을 좀 엮어보고자 한다.
태양의 서커스 부회장 '다니엘 라마르' 의 NO.1 팬으로서, 태양의 서커스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틀 전 예약하고 오늘 혼자 보고 왔다.
하루종일 미친듯이 연습한 프로들만 모였을텐데, 그런 프로들조차 두세차례 실수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띠용)
진짜 많이 연습했을텐데. 얼마나 속상했을까...공연스레 나까지 약간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그 장면을 보면서 최근의 나의 실수가 떠오르며 위안이 되었다.
죽을 힘을 다해 연습한 저 사람들도 실수를 하는데...나라고 실수 못할 이유가 없지.
실수하는 장면들이 나올 때, 나도 사람들도 더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격려의 박수이자 그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인정하는 박수였던 것 같다. 적어도 저들은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후회없이 연습하고 노력했을 테니까.
적어도 나도, 설령 어떠한 실수를 하더라도 후회없으려면 저들처럼 항상 과정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멋지고 마음을 울리는 공연이었다. 시간내서 보길 잘했다!
아무튼.
프로도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고, 무언가에 능숙하게 되더라도 익숙해짐에 익숙해지지 말자가 오늘의 결론이다. 몇년 뒤의 내가 이 글을 읽으면서 초심을 다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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