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대여소에서 무료 이용가능...자전거 상태는 흠...
제주도를 관광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렌터카를 이용한다. 비수기라면 렌터카 비용에 부담도 없을테지만 이번 추석연휴처럼 황금연휴에 제주도를 찾는 방문객들이라면 거금을 주고 렌터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루 정도는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구석구석을 다니는 것도 꽤 괜찮은 관광이 될 것 같다. 무료 공공자전거를 통해서 말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나는 비회원으로 이용했다. 통신사를 통해 인증번호를 발급받고 거치대에 입력하면 끝.
회원가입을 원한다면 인터넷(http://bike.jeju.go.kr)으로 회원 가입한 뒤 제주도청 도시디자인단을 방문, 자전거 이용카드를 발급받으면 된다.
자전거와 자전거 거치대에는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가 장착돼 회원이 카드를 이용해 자전거를 거치대에서 탈착하거나 거치할 수 있다.
나는 자전거에 'ㅈ'자도 모르는 문외한이다. 비용 부담없이 탈 수 있다는 것에 끌려 무작정 탐라도서관에 있는 공공자전거 대여소를 13일 찾았다. 제주시에는 탐라도서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제주아트센터, 제주일보사 뒤, 로얄호텔 앞, 신시가지 대림아파트 동쪽 등 총 6군데의 대여소가 있다. 정확한 위치는 시 홈페이지나 각종 블로그에 자세히 나와있다.
부푼 기대와는 달리 나의 자전거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내가 대여소에 도착했을 때 자전거는 한 대만 남아있었다.
불행하게도 한 대 남은 자전거는 운행이 불가했다. 자전거 뒷바퀴 바람이 빠져있었고 체인도 고장났는지 헛바퀴만 돌았다. 또 왼쪽 페달의 볼트가 없어 힘주어 앞으로 나가려하면 페달이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뒷바퀴에 빠진 공기는 대여소에 비치된 공기주입기를 이용하면 된다. 바퀴 문제는 해결됐어도 여전히 나의 자전거 관광은 집을 나선 후 30분 째 답보상태. 결국 무인자전거대여시스템에 나온 제주시청 재생과 담당자 직통 번호로 전화를 했다.
탐라도서관 공공자전거가 고장이 났다고 말하자, 시 재생과 관계자는 "오전에도 전화주셨던 분이시죠?"라고 말했다.
나는 "아닌데요, 오전에도 문의 전화가 있었나보죠?"라고 답변했다.
그 관계자는 "예, 오전에도 고장 문의가 있었는데 곧 위탁업체 직원들이 갈거에요. 제가 다시 한 번 전화해 볼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전화 드릴게요"라고 했다.
석연치 않았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10분 가량 지났을까 시에서 전화가 왔다.
재생과 관계자는 "30~40분 내로 위탁업체 직원들이 갈겁니다. 고장난 자전거는 수거해 가고 이용 가능한 자전거 2~3대를 놓고 갈거에요"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시 공공자전거 관리는 위탁업체가 한다. 대여소에는 24시간 주시가능한 카메라가 있는데 시에서 이를 관장한다. 이를 통해 대여소 자전거 현황이나 상태 등을 파악해 문제가 있으면 위탁업체에 알린다.
단, 이번 고장은 카메라로는 파악이 불가능 한 부분이기는 하다. 위탁업체가 온다는 전화를 받은 후 20분만에 업체 사람들이 1톤 탑차를 몰고 왔다.
푸른자전거 관계자는 "대여소 마다 일주일에 1회씩 정기점검을 한다. 그밖에 시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나와서 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고장난 부분이 어디인지 물었고 나는 아는대로 답했다. 시 관계자 말처럼 고장난 자전거는 수거했고 상태 좋은 자전거 3대 가량이 추가됐다.
자전거 상태에는 실망했지만 꽤 빠른 사후조치가 이뤄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주시는 2011년부터 공공자전거 사업을 시작했다. 대여소 마다 12대씩. 6개 대여소니까 총 72대의 공공자전거가 이용가능하다.
전반적인 자전거 관리실태는 파악이 어렵다. 하지만 첫 방문에 처음 마주한 자전거가 고장난 자전거 였다. 대림아파트 동편에 위치한 대여소를 방문했을 때도 상태가 좋지 않은 자전거들이 눈에 띄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 대상인 만큼 안전을 위해서 꼼꼼한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레이크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힘을 줘야지 제동이 가능했다. 내리막, 가속 구간에서 급제동 시 위험 소지가 다분했다.
홍보 문제 또한 시급해 보인다. 사업 운영 첫 해인 2011년, 시는 연말까지 운영 효과를 검토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공공자전거 운영지역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6년이 지난 현재, 대여소 개수와 공공자전거 대수는 정체된 상태다.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녀도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는 도민이나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여소 관리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흡사 버스정류장을 연상케하는 대여소에는 흔한 팻말이나 간판조차 없었다. 대여소 외벽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보이는 각종 포스터와 전단지가 붙어있었다. 위탁업체 직원들이 도착해서 직접 전단지를 떼갔다. 관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면 바로 앞에 위치한 쓰레기 분리수거소와 다를 바 없어보였다.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나는 공공자전거를 적극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야 목소리가 커지고 그에 따라 자전거 이용해 적합한 환경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고장난 부분이 있다면 064-728-3493 또는 064-728-3553으로 전화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