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타협한 우리에게, 이게 맞아?-굴뚝 마을의 푸펠

그래도 꿈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다고 말해주는 두 사람.

by 티나리오

'꿈'이라는 말은 텍스트로 전하기에도 적잖이 낯간지러운 말이다.


어릴 적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동화책을 보며,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며 자란 동심 속의 우리는 저마다 꿈이란 게 있었다.

그때는 꿈이 뭐냐고 물으면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 자신의 꿈을 떠들어대기 바빴다.

대통령이 된다거나, 불우이웃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거나, 우주비행사가 된다거나 하는 터무니없이 하늘 높이 떠 있는 꿈을 서로 자랑했었다.


하지만 초, 중, 고등학교, 나아가서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일찍 사회에 발을 디디면서 우리는 '꿈'을 덮은 '눈치' 속에 다들 지쳐간다.

좋은 집안, 좋은 학벌, 좋은 직장이라는 한정된 그룹에 속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탓하며, 꿈을 꿀 자격조차 없다고 말한다.


취업을 위한 것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시간 많나 봐?' , '자격증 준비는 다 했어?' , '어학점수 다 챙겼어?' , '그럴 시간에 ~~를 더 하겠다.'

등등 한심 섞인 어조로 말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그런 말을 들은 사람은 정말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하면 안 될 일을 한 것처럼 눈치를 보다가 자연스레 경직된 사회로 스며든다.

그렇게 우리는 '하고 싶은 것' 이 아닌 '해야 하는 것'을 찾고, 사회적으로 정해진 '해야 하는 것'을 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든다. 품었던 꿈을 자신의 손으로 가린 채.


그럼에도 가끔, 아주 가끔 가진 것이 없어도, 준비된 것이 없어도 자기가 믿는 길을 꿋꿋하게 가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남들이 성공의 척도라고 정해놓은 것을 하나도 가지지 못했지만

그런 사람에게서는 실패나, 좌절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다. 남들이 저렇게 살면 안 된다며 돌을 던져도, 여럿이 모여 비아냥거려도 아등바등 사는 우리에게선 보이지 않는 행복마저 엿보인다.

이야기의 주인공 '루비치'처럼.


네이버 영화 포스터
1. 하늘을 올려다 보지 말 것.
2. 꿈을 믿지 말 것.
3. 진실을 알려하지 말 것.



마을 곳곳의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로 인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굴뚝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네이버 영화 포토

바다 너머에, 하늘의 연기 위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믿는 루비치의 아버지 '브루노'는 쉬는 날마다 마을에 가서 하늘의 별에 관한 인형극을 한다. 당연하게도 굴뚝 연기에 가려져 맑은 하늘이 없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브루노를 조롱하고, 정신 차리라고 타박하며, 어린 루비치에게까지 막말을 내뱉는다.

어느 날 브루노는 갑작스레 실종되어버리고,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찍 일을 시작한 루비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하늘 너머를 관찰하기 위해서 굴뚝청소부라는 직업을 택한다.

루비치는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던 어느 날 하늘에서 쓰레기장으로 떨어진 무언가에 주변 쓰레기들이 달라붙으면서 나타난 쓰레기 인간 '푸펠'을 만나 친구가 되고,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 속 별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약간 스포!)


'굴뚝 마을의 푸펠' 은 동화책 원작의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이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는 상반되는 스팀펑크 배경에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심오하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깊게 와닿는다.


영화가 끝난 뒤, 뇌리에 가장 깊게 박혀있던 것은 루비치 부자(父子)의 이야기도, 루비치와 푸펠의 여행기도 아닌, 굴뚝 마을에 사는 루비치 또래의 아이 중 한 명인 안토니오의 이야기였다.

네이버 영화 포토


안토니오는 루비치 또래의 아이들 중 한 명으로 나오는 캐릭터인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루비치와 루비치의 꿈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만을 풍긴다. 이러한 부정적인 태도는 푸펠이 안토니오를 만나 별을 보러 가려는 루비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폭발하게 되는데, 안토니오는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화를 내고, 별 같은 건 없다며 푸펠을 마구 폭행한다.


사실 안토니오는 어렸을 적 굴뚝 연기 사이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직접 보았다. 하지만 마을에서 금기시 여기는 사항들과 주변 사람들의 눈총, 어머니의 압박에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별을 보았음에도 못 본 척 묻고 별이 없(다고 여기는)는사회로 스며든다. 물론 그 선택에 자신의 의지는 없었다.(그렇기에 푸펠에게 폭력을 휘둘렀으리라)

이 설정부터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다. 여러 작품에서 보아왔던 설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분명 꿈을 품었었지만, 많은 이들이 그 꿈을 자신의 손으로 치워둔 채 사회가 인정하는,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길로 들어선다. 서로 앞서가기 위해 경쟁한다. 하지만 옛적에 품었던 꿈은 버린 것이 아니라 손에 쥐고는 있는 터라, 솔직히 그 길(자신이 가고 싶었던)로 가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응원을 한다던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품기보단 안토니오처럼 비난하고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긴다. 너도 나처럼 튀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라고.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열기구를 이용해 하늘로 올라가기 위한 준비를 마친 루비치와 푸펠에게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방해(?)가 들어온다. 이때 여태껏 루비치를 안 좋게만 보던 안토니오가 루비치를 돕기 위해 달려온다.

안토니오는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지금 루비치가 하늘로 올라가 별을 확인한다면 어릴 적 별을 직접 보고도 포기했던 자신이 바보가 돼 버리지만, 별은 정말 있다고, 루비치에게 포기하지 말고 직접 확인하고 오라고 이륙을 돕고는 환하게 웃는다. 그렇게 안토니오는 힘을 보태서 꿈의 결말을 확인한다.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된 장면이었지만 당시 안토니오가 느꼈을 분통함과 아직 쥐고 있던 꿈의 결말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섞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꿈을 내려놓았지만,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든 지금이다. 이렇게 평범해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도 평범해지지 못하느니, 차라리 꿈을 좇아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간혹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이 꿈을 좇을 여건이 될까? 우리들 열에 일곱 정도는 안토니오 일 것이다. 하고 싶었던 일은 취미가 되고, 취미생활을 할 시간마저 사라져 나의 꿈을 다른 매체에서나 보게 된 지 오래다. 여기서 정신 차리면 안토니오가 되는 것이고 아니면 악플이나 달고 어떻게든 끌어내리려 하면서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겠지.


심오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은, 담백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터라 개봉 소식을 듣고 바로 관람했는데 극장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작품의 주제는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하고자 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간 얻게 된다 같은 어찌 보면 가장 진부하고 간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장을 나선 나는 한 명의 조연 캐릭터에게 빠져 생각이 계속 깊어진다.


현실과 타협하고 평범하게 살려는 나. 이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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