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로 하는 이야기
나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표현’ 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나는 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사람 사이에서의 감정표현이라던가, 나의 권리를 주장한다던가, 의견을 피력해야한다던가….
그래서 그런지 어느 조직에서든 그저 그런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나는 표현력이 좋은 사람들을 동경한다.
기가막힌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 밋밋한 이야기를 감동과 생동감으로 뒤덮는 연출력을 가진 사람들, 뮤지션,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하다못해 그냥 할 말 하고 사는 사람들까지….
닮고싶은 마음에 직접 영화 리뷰도 몇 개 써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시도도 해 봤지만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없었다. 어딜 봐도 모방투성이인 것 같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계속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하다말다를 반복할 뿐이었고, 그렇게 미약한 시도를 몇번 하다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버렸다.
여긴 재능의 영역이니 그걸 갖고 태어나지 못한 나는 즐기기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일상 속에서 출퇴근만 반복하던 나에게 새로운 표현의 방법이 불쑥 생겨났다.
흑심가득 ‘차’와의 만남
나는 학교 졸업 후 쭉 카페에서 일했다.
특별한 매장은 아니고 어디에나 있는 큰 정원을 가진 2층짜리 대형 베이커리 카페. 물론 매장의 외관 자체가 시그니처이자 특징인 대형카페 답게 파는 음료는 가격은 비싸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다. 보통 '자리값' 이라고 퉁치는 그런 느낌? 오픈한 지 얼마 안되어 합류했지만 관리자가 아닌 중간급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내 발언에 별 힘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계속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차(TEA) 메뉴였다. 가격은 7000원을 넘어가는데 값싼 테틀리나 트와이닝 티백을 머그잔에 넣고 뜨거운물만 부어서 나갔다. 그게 너무 불편했고, 주문받을 때 마다 창피했다. 그 전까진 하다못해 티팟에 찻잔이라도 제공했었는데 이렇게 무성의하게 나가자니 팔 때 마다 죄책감 비슷한게 몰려왔다.
차를 주문받을 때 마다 몰려오는 이 창피함과 죄책감을 계속 안고 가기 싫은 마음과 차에 관련된 질문에(대부분 비싼 가격에 불만이 가득 섞인)대답하지 못하는게 너무 싫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싶은 흑심을 더해 직원의 성장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장님에게 부탁을 드렸다.
"저 학교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