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eyoon Kim
Nov 19. 2024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엔
키만큼 자란 흰눈이 마당을 온통 덮었지
나는 그 눈길을 발이 얼도록 아프게
마음 속 깊이 피멍들이 들어 맺히도록
한없이 걸었어
영문도 모른채
저마다 뒷골목을 찾아 잘도 가는데
나 혼자 뒤처져
눈길을 헤매고 있었어
그래도 내가 포기할 수 없었던 한 가지는
적어도 나 혼자 만이라도
이 순결한 눈길을 더럽히지는 말아야겠다는 작은 신념이었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지
사람 속에서 나오는 말들이 보여 힘이 들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여전히 나와 함께 해 주는 사랑하는 아내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야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을
홀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내게 가르쳐주었네
그래서 나도 그 새를 따라 더 높이 그러나 더 깊이 날개짓을 하며 오늘도 이 길을 걷네
곧아서 더 서러운 눈물을 조용히 삼키며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 나가는 것이
먼 이국에서 좋은 소식이 오는 것보다 더 더디다 할지라도
이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으로
나는 아무도 걷지 못한 곧은 이 길을 이제까지 참 힘들게 걸어왔네
이제는 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좀 덜어 놓았으면
내 눈에도 눈물이 마를 수 있게